철저한 투수분업화, 계속되는 타고투저 상황에서 2004년 프로야구는 불펜투수들의 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8개구단 감독들에겐 체력이 바닥나는 여름철 무더위에 중간계투 요원들을 어떻게 황금분할해 투입할 것인지가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위기상황마다 차례로 등판해야 하는 '마운드의 개근생' 중간계투 요원들이 무너지면 마땅히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나온 완투경기는 고작 4경기 뿐이다. 1백개를 기준으로 삼는 선발투수에 대한 철저한 투구수 관리가 완투형투수의 자취를 감추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으로 장타력이 배가된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선발투수가 힘이 떨어지는 시점을 넘겨 투구하는 게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국내프로야구 투수부문 기록가운데 가장 깨기 힘든 기록 중 하나로 윤학길(현 롯데 코치)의 1백경기 완투기록을 꼽기도 한다.
프로야구 투수운영에서 비중이 커진 중간계투 가운데 돋보이는 선수들은 유동훈(기아), 임경완(롯데), 이재영(두산) 등이다. 이들은 선발투수로 착각이 들 정도로 각각 55이닝, 44이닝, 43이닝의 많은 투구를 하며 불펜의 ‘믿을맨’으로 자리잡았다.
방어율에 있어선 규정이닝을 채운 유동훈만이 2.78로 3위에 올라 있지만 곧 규정이닝을 채울 것으로 보이는 임경완과 이재영이 모두 1점대 방어율을 지키고 있어 언제 순위가 뒤바뀔 지 모르는 상황이다.
유동훈의 장점은 몸쪽 싱커. 하와의 스프링캠프에서 연마한 몸쪽 싱커를 장착한 유동훈은 결정적 순간마다 싱커로 상대타자들을 농락하며 올 시즌 기아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중간과 마무리를 넘다들며 5세이브, 5홀드, 방어율 1.64의 성적을 내고 있는 롯데의 임경완은 시속 1백44Km의 강속구를 발판으로 왼손 스페셜리스트 가득염과 함께 ‘작전야구’에 능한 양상문 감독에겐 보물 같은 존재다.
한편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진입이 예상됐던 두산의 이재영은 최고시속 1백48Km를 기록하는 정통파투수. 이재영은 불펜투수로서 1위에 해당하는 3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외에도 현재 홀드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성환(삼성)과 왼손잡이 중간계투 3인방 이상열(현대), 류택현(LG), 가득염(롯데)도 불펜의 버팀목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중간계투 요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리한 등판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의 매일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중간계투 요원들은 한 시즌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발투수 이상으로 투구수에 신경써야 한다. 타격전으로 전개되는 승부가 많아진 프로야구 무대에서 중간계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지만 무리하게 등판시키면 오히려 투수운영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8개구단 감독, 코치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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