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국방대학의 연구자가 이라크에서 미국이 베트남 전쟁과 같은 수렁에 빠졌다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된다.
이라크 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쟁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민간학계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지만 미군 현역 사관 다수가 몸담고 있는 미 육군국방대학에서 이같이 지적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미 군부내에서도 패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전 교훈 무시하면 미국 대외정책 파탄날 것"**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 국방대학의 중동 전문가 앤드류 테릴과 제프리 레코드 교수가 <이라크와 베트남: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한 고찰(Iraq and Vietnam: Differences, Similarities and Insights)>이란 제목의 공동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앤드류 테릴은 논문에서"베트남에서 미국은 정통성이 없는 정부를 지원하려 했다가 실패했다"며 "현재 이라크에서 미국은 이라크인들과 정부를 함께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그 정부를 지원해 정통성을 세우려 하고 있으나 두 가지 경우 모두 매우 달성하기 어렵다"라고 부시의 이라크정책을 비판했다.
논문은 또 1968년의 베트콩에 의한 테트(舊正)공세로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내 반전 기운이 단번에 높아진 것을 예로 들며 "부시 정권도 이라크의 치안상황 악화에 따라 지지가 급강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만약 베트남 전쟁의 정치적 교훈을 무시하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라크에서 이런 실패를 반복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은 비참한 파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은 또 "만약 이라크에서 민주주의를 건설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목표가 많은 미군들의 이라크 주둔을 의미한다면 향후 미국과 아랍간 관계에 잠재적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권 조기이양과 미군 철수가 해법"**
논문은 "이라크에 정부를 세우는데 있어 주요위협 요인은 중부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니파의 폭동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최근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아파 대다수를 포함한 시아파 무장세력들의 봉기 가능성이나, 레바논을 근 20여년간 무정부상태로 빠뜨렸던 것과 같은 이슬람 계파간 이라크 내란으로의 발전 가능성이야말로 최대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논문은 베트남과의 다른 점에 대해선"베트남 전쟁으로 미국 병사 약 5만8천명이 사망한 반면 현시점까지 이라크에서 미국 병사가 약 8백명 사망했다는 점과, 베트남의 경우는 이라크와는 달리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베트콩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군사면에서의 공통점은 적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결론적으로 "미국인들은 이라크 사람들이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면 지속적으로 고비용이 드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 원칙을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 이라크에의 신속한 주권이양과 이라크에서의 미군 조기철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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