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이라크포로 고문 파문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의 올림픽위원회(USOC)가 선수들에게 오는 8월 열리는 아테네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성조기를 세리머니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라크 침공 및 포로고문에 대한 세계적 반미여론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내심 부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다.
***미국스포츠는 성조기를 미국의 행동을 과시하는 소도구로 활용**
워싱턴타임즈는 1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 사이몬 하트 기자의 글을 게재하며 “미국 선수들이 미국올림픽위원회로부터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성조기를 흔드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올림픽위원회의 관리들은 5백50명의 대표선수들에게 아테네올림픽에서 행동을 자제하고 맹목적 애국주의를 보여주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관중들의 적대감을 부추켜 가뜩이나 안좋은 미국의 이미지를 더 이상 손상시켜선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대표선수들의 행동지침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 전 대변인 마이크 모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테네에 반미감정이 불어닥칠 지의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세계는 미국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주시할 것"이라며 "나는 미국 코치들과 선수들이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서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란은 “우리가 TV를 통해 매일밤 미국 대학 및 프로 운동선수들이 상대팀 선수와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미국 스포츠에선 성조기를 하나의 소도구 또는 의상으로 사용하거나 미국의 행동을 과시하는 일부분으로 집착하고 있다"며 "아테네올림픽이 펼쳐지는 17일간 이런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란은 “미국선수들에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성조기를 잡고 뛰지도 말고 트랙을 돌아서도 안된다는 것"이라며 "만약 케냐나 러시아 선수가 국기를 들고 고개를 든 채 트랙을 도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안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미국 선수들은 이와는 다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도 아마 유니온잭 흔드는 것 금지시킬 것"**
4년전에도 미국은 시드니 올림픽에서 4백m 계주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금메달 수여식이후 미국 국기를 들고 뛰며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세리머니로 비난을 받은 직후, 미국 올림픽위원회측은 선수단에게 재차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주문한 바 있다.
모란은 “비록 영국 올림픽위원회는 선수가 유니온잭(영국기)을 들고 환호하는 행동을 금지시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입장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모란의 이번 지시가 사실상 미-영군의 이라크 침공 및 포로 학대에 따른 전세계적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빌 마틴 회장은 이와 관련,“우리는 아테네올림픽에서 안전문제에도 주의해야 하지만 선수들의 미숙한 맹목적 애국주의도 경계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선수들이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선수단과 같이 파견하는 이유다”라고 주장했다.
9.11테러이후 대학 및 프로 스포츠팀 유니폼에 성조기를 붙이고 나섰으며 지금까지 국제대회때마다 성조기를 들고 뽐냈던 미국 스포츠선수들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올림픽위원회의 경고처럼 1백80도 바뀐 태도를 보일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올림픽 기간동안에 미국과 영국 선수들을 겨냥한 중동무장세력의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 치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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