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여야 개별 의원들의 사견 형식으로 제기되던 이라크 파병 재검토론이 1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열린우리당에선 파병 재검토를 위한 준비모임 결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정부가 재검토 논의를 제안한다면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경, "파병 재검토 준비모임 구성해야"**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이라크 포로 학대 문제를 거론하며 "군부독재 하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우리가 인권침해, 살인 등의 보도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파병이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당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일이니 심각하게 검토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오면 이라크 파병이 중요한 정치적 화두로 부상할 것"이라며 "또다시 국론이 분열될 수 있으니 검토하고 중지를 모으기 위한 준비모임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장도 비공개 회의에서 "원내대표 선거 이후에 이 부분을 논의하되, 국민통합실천위를 만들어서 부안문제나 평택 미군문제, 파병문제, 국민들 각자간의 합의체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아젠다를 다뤘으면 좋겠다"면서 "위원회의 구성이나 기초적 문제는 이미경 위원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이에 앞서 김근태 원내대표도 '열린우리당 제1기 원내대표를 마치며'라는 글을 통해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해 진전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평화재건부대라는 파병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인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알려진 이라크 포로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미국이 주장하는 전쟁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야만적인 행위이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기남 "파병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얘기"**
반면 열린우리당내에서는 파병 재검토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회의에서 "초재선 의원들 쪽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왕성한 토론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여당이니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는 "파병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얘기"라며 "안보,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가 중요하니 탄핵 재판후 긴밀한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특히 "(파병 재검토론자들이) 주한미군 철수는 심각한 얘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파병논의 요청하면 응하겠다"**
한나라당도 이날 공식 회의에서 파병 재검토론이 등장했다.
논쟁의 불씨를 당긴 쪽은 소장파 그룹을 이끄는 원희룡 의원. 원 의원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17대 당선자를 중심으로 파병 재검토 논의가 시작되고 있고 개원을 앞두고 뜨거운 현안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파병 재검토를 공론화했다.
그는 "정부당국은 그동안의 이라크 전황, 최근 포로학대 사건 등을 중심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여야 협의 차원이든, 상임위 차원이든 정확한 입장개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파병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에 요청해서 온갖 토론과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통과된 만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그 후 상황에서 논의할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야당에 논의를 요청해 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재검토 제안시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김영선 의원은 "탄핵이나 파병은 개인 소신도 있지만, 한미관계의 원칙이 있는만큼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길게 논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기 공론화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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