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지난 97년 대선에서 국세청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세풍'사건과 02년 대선의 '차떼기'등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과세가 사실상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져,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가 논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당에 전달된 불법자금, 추징도 과세도 할 수 없다**
재경부는 2일 국세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세풍 사건의 경우 영수증 처리가 이뤄졌으므로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는 또한 02년 대선자금의 경우 검찰의 수사가 아직도 진행중이고 법원의 몰수.추징 선고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과세방안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자금법과 세법상 '정당 비과세'의 원칙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법원은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증거가 없고 당에 전달 된 돈"이라는 이유로 몰수.추징을 선고하지 않고 있어, 정당의 '자발적' 납부가 아니고서는 불법정치자금을 환수할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표> 불법대선자금 선고결과
***"정당 비과세는 합법정치자금일 경우, 불법정치자금은 과세해야"**
이에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해 몰수.추징의 원칙을 강조하는 한편, 국세청 차원에서 증여세. 소득세 등의 과세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협 김남근 변호사는 "정당의 증여세 면세특례는 정치자금법 등 법률에 따라 합법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최근 법원에서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개인에게 추징할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다면 과세관청이 나서서 증여세 부과 등으로 국민들에게 법과 행정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예로 이미 지난 98년 법원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현철씨에대해 과세판결이 내려졌음을 예로 들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현철씨에 대해 "정치자금에 대해 정치자금에관한법률 등이 정한 범위 내에서 법정 절차를 거쳐 기부되는 정치자금에 대하여는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나, 이 사건과 같이 음성적으로 수수되는 활동비에 대해서는 그 사실이 포착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높은 세율의 증여세를 부과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할 뿐 아니라, 제공된 자금의 출처까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올해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몰수.추징 규정을 신설했으므로, '정당 비과세' 원칙을 밝힌 세법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명시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몰수.추징이 원칙**
이에 검찰은 일단 과세 정책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한 채 몰수.추징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제공된 자금에 대해서는 전액 몰수.추징해서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과세를 하는 것은 소득에 대해 국가가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사회적 범죄로 인한 재산 취득으로서 국가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형으로서 박탈을 하고, 국가가 인정할 수 있는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따라서 법원이 몰수.추징 선고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몰수.추징을 위해서는 사용처를 규명하라는 것 아니냐"며 지구당 지원 내역, 이른바 '출주조사' 방침을 밝혔다가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몰수.추징이 어렵다면 한나라당 중앙연수원을 국고로 환수하는 '빅딜론'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불법자금 회수와 관련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빅딜론'에 대해 정치적인 타협 수단일 뿐, 철저하게 법적인 해석과 적용을 통해 불법정치자금을 회수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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