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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상점들, 왜 6시면 문을 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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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상점들, 왜 6시면 문을 닫을까?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이 가능

(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 "10년 지나도 물가 그대로, 독일의 비결은?")

6시면 문 닫는 독일의 동네슈퍼들

그런데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네의 슈퍼들이(백화점을 포함하여 다른 가게나 상점들도 마찬가지) 평일에는 비교적 일찍 문을 닫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하기도 하고 다소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점에서 일하는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작은 도시에서는 슈퍼들이 평일에는 오후 6시, 토요일에는 오후 2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도 전철역에 위치한 슈퍼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평일 7~8시, 토요일 4시가 되면 장사를 끝냈다. 굳이 급하게 맥주 등 약간의 먹거리를 사려면 주유소를 찾으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행이나 관공서가 일찍 문을 닫는 것처럼 상점들이 일찍 영업을 종료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독일의 일찍 문 닫는 상점들에 익숙해진 후에는 오히려 한국의 상점들이 이상하게 보였다.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대형마트,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 일요일과 휴일에도 영업하는 백화점, 연중무휴로 문을 열어야 한다는 동네슈퍼 등을 보면서 왠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매인들의 밤 노동, 휴일근무, 불필요한 과다한 전기에너지의 소비 등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것은 엄청난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작정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3년 상반기에만 4명의 편의점 점주가 자살했다고 한다. 또 우리의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저임금에 밤새워 일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야만 하는가? 모두 자신들이 선택한 일이니 스스로 알아서 책임질 일이라고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

실직 당해도 생계는 위협받지 않아

독일에서는 구직을 못 하거나 실직을 하더라도 생계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내몰리지는 않는다. 먼저 직장을 잃었을 경우 그동안의 근무연수에 따라 일정기간(6~24개월) 보험사로부터 실업급여를 받게 된다. 그 급여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실업급여보다는 줄어든 금액이지만 정부로부터 '사회보조금(Sozialhilfe: 최저생계 보조금으로 흔히 공공부조로 번역함)'을 받을 수 있다.

이 사회보조금의 목표는 국민들에게 인간 존엄성의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보험료가 아니라 세금에 의한 정부예산으로 집행되는 것으로 그 수령기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물론 약간의 궁핍함은 감수해야겠지만.

사회보조금의 구체적 액수는 연방의 주(州)나 도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최저생계비는 같지만 주거비(월세)가 지역마다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년 베를린의 사회보조금은 성인 혼자일 경우 한 달에 총 901유로(약 131만 원)를 받는데, 최저생계비 351유로(약 51만 원), 주거비 360유로(약 52만 원), 의료보험료 150유로(약 22만 원), 연금납입료 40유로(약 6만 원)로 구성된다. 또 한부모 가족(예를 들어 4살 아이와 한 부모)의 경우에는 1319유로(약 192만 원)를 받는데, 최저생계비 688유로(약 100만 원), 주거비 444유로(약 65만 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 밖에도 이들에게는 추가로 교통비 50% 이상 할인, TV 시청료 면제, 전화비 할인 등의 혜택들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할인혜택에 연간 2회의 오페라 구경, 4회의 박물관 방문, 12회의 수영장 방문, 그 외에 아이가 있을 경우 연 2회의 동물원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독일에서 사회복지예산은 정부예산(약 20%)과 사회보험예산(약 80%)으로 구성된다. GDP 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은 1960년대 초반 약 20%에서 70년대 중반 30%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증가했다.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90년대 중반에 30%를 돌파했고, 실업자 수가 500만을 넘어선 2000년대 초반에는 32%를 넘어 최고조에 달했다. 2003년 사회복지예산은 7068억 유로(약 1000조 원)를 기록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그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2009년에는 29%로 줄어들었다. 같은 해 한국의 사회복지예산은 GDP의 10.5%로 독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그밖에 독일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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