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감독들은 전국대회 연장전에 돌입하면 마치 축구경기에서 승부차기할 때 키커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을 갖는다. 선수들이 긴장한 나머지 평범한 타구를 실책으로 만들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때로는 크게 한 건 해주는 고교야구의 우연성때문이다.
30일 인천고와 청원고의 경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고교야구의 우연성과 함께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 승부의 진수를 보여줬다.
1회부터 타선이 폭발한 인천고는 경기초반 운이 따르지 않았다. 매회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번번이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선취점은 5회초 청원고가 뽑았다. 청원고는 한상집의 우전안타로 포문을 연뒤 착실한 번트작전으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후속타자 최동신은 인천고 좌완투수 김영롱의 공을 제대로 받아쳤지만 교체된 좌익수 김성훈이 2루타성 타구를 펜스앞에서 점프하며 받아냈다. 하지만 8번타자 이주오가 3루 선상을 빠지는 적시 2루타를 뽑아내 앞서나갔다.
기세가 오른 청원고는 8회 3루 베이스를 맞는 행운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해 승부의 쐐기를 박는 듯했다.
7회까지 10개의 안타를 치고도 단 1점을 얻지 못한 인천고는 8회말 프로야구 최초의 신인왕 박종훈(SK 와이번스 코치)의 아들인 박윤의 우전안타와 포수로서 장래가 촉망되는 2년생 거포 이재원의 중전안타를 묶어 단숨에 3점을 만회했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청원고는 대통령배 서울시예선에서 우수투수상을 받은 에이스 황재규를 빼고 투수 물량공세로 인천고에 맞섰다. 반면 인천고는 8회 등판한 김성훈이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인천고는 11회초 잇따른 내야수의 실책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김성훈의 역투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인천고는 11회말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2사 3루 상황에서 청원고는 타격감이 좋은 인천고의 김성훈을 고의사구를 걸러보내고 김남형과 승부했다. 숱한 득점기회에서 적시타를 때리지 못했던 김남형은 바뀐투수 나지원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채 헛스윙 삼진아웃됐다.
대회규정상 12회연장전까지 치를 수 없기 때문에 두 팀의 승부는 다음날로 넘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2회말 예기치 못한 폭투 하나로 길고 긴 연장승부는 막을 내렸다.
인천고는 2사후 1번타자 현지웅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후속타자 박윤과 상대하던 청원고 나지원은 긴장한 탓인지 폭투를 했고 이 순간 2루주자 현지웅이 질풍같이 홈으로 돌진해 결승점을 뽑아 인천고가 드라마 같은 12회 연장승부끝에 4대3으로 승리했다. 프로선수시절 투지와 근성면에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청원고의 김인식 감독은 나지원 투수의 폭투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반면 1905년 창단한 전통의 야구명문 인천고는 짜릿한 연장승부에서 승리해 광주일고와 8강전에서 만나게됐다.
한편 광주일고는 시속 1백47Km를 기록한 곽정철과 경기후반 위기때마다 등판해 장충고 타선을 진화한 에이스 나승현의 호투로 홈런포를 앞세워 추격전을 펼친 장충고를 11대7로 따돌렸다. 유신고와 대구상원고도 청주기공과 서울고를 따돌리고 8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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