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넘는 1백52석을 얻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적 연금 상태에 있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마침내 봄날이 찾아온 걸까.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탄핵안 가결 한달 만에 출입기자들과 등반을 함께한 자리에서 "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심판을 두개 거쳐야 한다"면서 "그래서 요새 재판을 앞둔 피고인 심정"이라고 초조한 심경을 표명한 바 있다. 두 개의 심판은 총선과 헌재의 탄핵심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일부 경합지역을 제외하곤 총선 결과 윤곽이 드러났던 15일 밤 11시반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소중하고 겸허하게 받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과반수 확보로 노 대통령은 일단 첫번째 심판은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재신임, 우리당 과반 확보로 의미 없어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펼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총선 결과에 대해 논평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날인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를 존중해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총선 결과와 재신임 연계시킬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치적 위협' 카드로만 여겨졌던 탄핵안을 국회에서 실제로 통과시키자 청와대는 "탄핵안이 가결된 상태에서 재신임은 무의미해졌다"며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넘어 과반 의석까지 확보한 이상,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를 여당에서 더이상 문제제기하기는 어려워졌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총선에 앞서 "국회 안정 의석(1백20석)"을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당, 정치적 합의로 '탄핵 철회' 모색할 듯**
남은 건 헌재의 탄핵심판이다. 헌재는 물론 법률적 문제 말고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의 원내 과반 확보라는 총선 결과가 탄핵 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원내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탄핵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총선 기간에도 정동영 의장은 합의를 통해 탄핵 철회 카드를 야당에 던진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관련, 곧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양당 대표회담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을 통해 탄핵 철회 문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등반에서 "과거처럼 사생결단식 대결 정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 시도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양당 대표회담이 성공적일 경우 노 대통령과 3자회담이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처럼 대통령이 정당 총수도 아니기 때문에 직무 정지 상태에서 여당 대표를 만날 명분이 없는 거 아니냐"며 다소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한편 탄핵안 철회에 대한 정치적 대타협이 실패할지라도 총선 결과와 국민여론 등을 감안컨대 헌재에서 탄핵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선거막판에 일부 친노적 언론매체가 "헌재 재판관 9명중 7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으나, 이는 '위기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추측성 보도였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두번째 심판인 '탄핵 심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대통령의 컴백', 언론 등 전반위 개혁**
이처럼 독자적 법안 통과가 가능한 원내 절반 의석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정치적.법적 연금 상태에 있었던 노 대통령은 조만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등반에서 "법적인 대통령 직무 이외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한다든지 또는 비공식적인 토론 등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한테는 정치적 해금, 법적 해금 두개의 해금이 있는데 조금씩 숨통이 열릴 것"이라며 총선 이후 정치적 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노대통령 측근들은 탄핵역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총선승리를 확신, 노대통령 복귀후 추진할 일련의 개혁플랜을 분야별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언론개혁을 위시해 정부조직개혁, 지방분권, 노사개혁 등 일련의 강도높은 전방위 대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력한 대통령의 컴백'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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