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1경기 연속안타기록을 마감한 '악바리' 박정태는 당시"최소한 일본의 33경기 연속안타기록을 깨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었다. 당시 박정태는 두산 이혜천의 정면승부로 32게임 연속안타기록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안타성타구가 두산 3루수 홍원기의 호수비에 막혀 기록행진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4프로야구에선 삼성의 박종호가 박정태의 연속안타기록에 도전중이다. 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해 기록행진의 위기를 맞았던 박종호는 9회초 잠수함투수 정종민의 몸쪽 높은 직구를 받아쳐 행운의 빗맞은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29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3개만 더 치면 박정태 기록을 깰 수 있는 것이다.
연속안타기록을 이어가려면 심적 부담감에서 탈피해야 하지만, 그 못지않게 행운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한화의 새내기 좌완투수 김창훈에게 안타를 뽑지 못했던 박종호도 마지막 타석에서 약간 타이밍이 늦었던 게 오히려 안타로 연결되는 행운을 맞았다.
박정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경기째는 해태 우익수 브릭스가 조명탑에 시야가 흔들려 박정태의 평범한 플라이타구를 3루타로 만들어줬으며 22경기째와 25경기째는 4타석까지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동료들의 맹타로 5번째 타석에서 극적으로 안타를 만들었다.
하지만 연속안타기록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매게임마다 가중되는 '심적 부담감'이다. 미국에서도 많은 대기록가운데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안타를 가장 깨기힘든 기록으로 평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수많은 특히 경기후반까지 안타를 뽑지 못했을 때의 초조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연속안타기록 행진중의 타자로서는 자연스레 기습번트라도 대고 나가고 싶은 심정을 갖게 된다.
박종호는 10일 제구력이 뛰어난 좌완의 백전노장 송진우와 맞붙는다. 박종호가 스위치히터이긴 하지만 오른쪽 타석에서 안타확률이 떨어지고 기습번트를 노린다 해도 송진우가 워낙 수비가 뛰어난 투수라 안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경기가 접전양상을 띨 경우 박종호의 연속안타행진은 작전야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삼성의 2번타자로서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박종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00년 59경기 연속출루 기록을 토대로 스위치히터로는 최초로 타격왕에 올랐던 박종호가 심적 부담감과 수읽기에 뛰어난 프로야구 최다승투수 송진우를 넘고 연속안타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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