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선수가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몰디브경기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안정환의 사과문은 '유임이냐 경질이냐'를 놓고 기술위원회가 코엘류 감독의 거취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에 발표된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 안정환과 코엘류
***안정환-코엘류, "몰디브전에 임하는 정신자세 좋지 못했다"**
안정환은 "지난 번 몰디브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제 자신을 돌이켜 볼 때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좋지 못했고 준비도 철저히 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안정환은 그러나 "몰디브 경기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여러분들에게 실망스런 경기를 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재차 팬들에게 사과했다.
안정환은 "저는 요즘 일주일에 두 경기씩 뛰어 매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5월 31일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득점력빈곤에 시달렸던 코엘류호의 숨통을 터준 골을 기록했던 안정환은 최근 경기에서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몰디브전에서도 안정환은 몇 차례 슛을 날려보긴 했지만, 섭씨 35도의 살인적 더위에 지쳐서인지 경기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코엘류의 해명과 일치**
안정환이 밝힌 "몰디브전에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좋지 못했다"는 지적은 8일 기술위원회에 출석한 코엘류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이 의욕을 보여주지 못했고 집중력도 떨어졌다"며 선수들의 해이한 정신자세를 졸전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코엘류 감독은 또 "부상으로 16명밖에 선수를 소집하지 못해 팀내 경쟁의식이 저하됐고 조직력 훈련도 하지 못했다"며 "해외파 선수들이 경기시작 48시간 전에서야 팀에 합류해 컨디션 조절에도 힘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엘류 감독은 "몰디브전에서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전술변화가 필요했다"는 비판에 대해 "몰디브전에서 썼던 방법이 나로서는 최선이었다"고 주장했다.
코엘류 감독은 "몰디브와의 경기에서 비겼지만 나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기간이 보장되면 내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지만 자신감이 있다"라며 기술위원회에 사실상 유임을 호소했다.
***안정환의 사과문 기술위원회 결정에 영향 미칠 듯**
안정환의 사과는 오는 19일 코엘류 감독의 거취문제를 최종결정해야 하는 기술위원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축구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추스리지 못한 데에는 코엘류 감독의 책임도 있지만, 정신자세란 선수 스스로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환 등 국가대표팀 경기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파의 경우는 소집기간이 짧아 더욱 그렇다.
코엘류 감독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언어의 장벽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연습때나 미팅때 코치들을 통해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 코치 3명이 국내파, 해외파, 올림픽팀으로 나눠서 대표선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엘류 감독은 "아직 국내파선수보다는 해외파선수가 우수하다. 짧은 훈련기간으로 실력이 변하지 않는다. 아시안컵에도 해외파에게 기대를 건다"며 해외파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드러냈다.
19일 기술위원회에서 코엘류 감독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아시안컵과 월드컵예선을 준비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코엘류 감독을 경질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강해 전격경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코엘류를 유임시킨다면 기술위원회 나름의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진>코엘류
***코엘류, 명예회복 기회 얻을 수 있나**
코엘류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피구와 후이 코스타가 이끄는 미드필드진영은 세계최강이지만 마땅한 골잡이가 없어 포르투갈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비판여론에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코엘류 감독은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까지 진출시키며 유럽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골 결정력이 약하다는 비난은 누누 고메스와 파울레타의 신들린 골에 묻혀버렸다. 오랜기간 유럽축구 중심에 서지 못했던 포르투갈 '황금세대' 선수들과 코엘류 감독은 자국에서 영웅대접을 받기에 충분했다.
포르투갈은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프랑스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줘 결승진출엔 실패했다. 당시 코엘류 감독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지만 프랑스의 선전을 높게 평가한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코엘류는 한국대표팀을 맡은 뒤 입버릇처럼 "아시안컵을 목표로 정진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뜻하지 않게 약체팀과의 졸전으로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코엘류에게 오는 7월 중국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이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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