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도급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회사 관리자가 노동조합 조합원을 흉기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뇌진탕 등의 진단을 받고 두 주째 병원 입원 중이다.
사건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 사무실 안에서 벌어졌다. 이날 오전 8시, 외근 수리 기사 조장(과장급) ㄱ(45) 씨는 노조 조합원 ㄴ(39) 씨의 뒤통수를 목재 둔기로 내리쳤다. ㄴ 씨는 구토 증상을 보이다 실신했고,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노조 설명에 따르면, 영등포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기존 외근 조장이었던 ㄴ 씨를 일반 직원으로 강등한 후, 그 자리에 이 사건 가해자인 ㄱ 씨를 승진시켰다. 이후 노조 조합원들이 심리적으로 고립되고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17일, ㄱ 씨와 ㄴ 씨는 한 고객의 수리비 환불 건을 두고 전화상 말싸움을 벌였다. 피해자 ㄴ 씨에게 수리를 받은 고객이 재수리를 요청했고, ㄱ 씨가 재수리를 한 후 고객에게 수리비를 또 요구해 고객 항의가 발생한 데 따른 일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 ㄱ 씨는 자재 반납 업무를 하며 동료 수리 기사와 대화를 나누던 ㄴ 씨를 향해 주차장에서 가져온 목재 둔기를 휘둘렀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에 대한 '백색 테러'로 규정…"징계위 소집조차 안 돼"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민주당 은수미 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삼성 공대위'는 이 사건을 노조에 대한 '백색 테러'로 규정, 진상 규명과 타당한 후속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영등포센터 사장 ㄷ 씨는 사건 발생 후 징계 위원회를 소집하는 등의 마땅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가해자를 감싸고 있다. 가해자 ㄱ 씨는 현재도 영등포센터에서 정상 업무를 수행 중이다.
ㄴ 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사장은) 병원에 실려간 나한테 온 게 아니라, 가해자를 만나러 경찰서에 먼저 갔다"며 "마땅히 열려야 할 징계 위원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은 멀쩡히 일을 하는데, 나만 병원에 누워 벌이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 씨는 지난 2일 병원 진단서를 바탕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도 사장이 신청 서류에 직인을 찍어주지 않아, 사장 직인이 없는 이유를 '사유서'로 별도 작성해 공단에 제출해야 했다.
그는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려 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노조 일을 한다고 뒤에서 누가 또 칠지 어떻게 알겠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대위 소속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하경 변호사는 "가해자의 행위는 흉기 상해죄를 물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영등포센터에 비조합원을 우대(관리자로 승진)하고, 이로써 조합 활동을 위축시킨 부당 노동 행위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프레시안>은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 ㄷ 사장과 가해자 ㄱ 씨에게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마친 후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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