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열린우리당이 수도권뿐 아니라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 등 전국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가 지난 19~21일 전국 20개 접전 예상 선거구를 선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19곳, 민주노동당이 1곳(울산 북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앞서 KBS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영남 및 호남 지역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4월 총선을 20여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이같은 여론이 그대로 고착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영남 8개중 우세 지역 하나도 없어**
중앙일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던 영남지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지역 8곳 중 열린우리당 후보가 7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울산 북에 출마하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24%)는 탄핵안 가결 전과 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지켰다.
부산 북-강서갑의 정형근 의원(17%)은 우리당 이철 후보에게 11%포인트나 뒤졌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안 소추위원인 경남 거제 김기춘 의원(14%)도 정치 신인인 우리당 장상훈 후보(24%)에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공천 개혁의 상징이라던 33세 신인 김희정 후보(15%)도 우리당 노혜경 후보(23%)에게 뒤졌다.
경남 남해.하동은 우리당 김두관 후보(34%)가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19%)을 훨씬 앞질렀다. 부산 영도도 우리당 김정길 후보(29%)가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18%)를 10%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경남지역 뿐 아니라 경북 경산.청도에서도 우리당 권기홍 후보(21%)가 한나라당 최경환 후보(14%)를 앞섰다.
영남권 8개 지역구의 정당 평균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은 26%에서 19%로 하락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16%에서 34%로 급상승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탄핵안 가결 전 영남권의 조사 대상 지역구 8곳 중 한나라당은 남해-하동과 울산 북 두 곳을 제외한 6곳에서 1위였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후 우세지역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 전지역구서 한자릿수 지지율**
한편 조사 대상 지역구 중 유일한 호남인 전북 정읍에서 민주당 윤철상 의원은 21%이던 지지율이 8%로 떨어진 반면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원의 지지율은 21%에서 47%로 크게 올랐다.
중앙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 전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한자리수로 기록됐다. 탄핵안 가결 전만 해도 설훈(서울 도봉을)의원은 공동 1위였지만 탄핵안 가결 후 설 의원의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해 열린우리당 유인태(29%), 한나라당 백영기 후보(10%)에 이은 3위로 내려앉았다. 민주당 당권파의 대표주자격인 유용태(서울 동작을) 원내대표도 9%에서 4%로 무려 5%포인트 하락해 3위로 주저앉았다.
민주당의 추락은 별도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드러났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탄핵안 가결 이전 7.4%에서 탄핵안 가결 후 4%로 줄었다. 한나라당 지지도는 18%에서 17%로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21%에서 40%로 배 가까이 올랐다.
***무응답층 크게 줄어**
한편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서울 강남갑을 제외하곤 야당 후보들과 격차가 10% 포인트 넘게 벌어지는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서울 종로는 우리당 김홍신 후보가 31%,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20% 지지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최대 빅매치인 고양일산갑에선 우리당 한명숙 후보(35%)가 홍사덕 의원(21%)을 크게 앞질렀다. 서울 동대문을 우리당 허인회 후보31%,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15%의 지지율을 보였다. 서울 동작을에선 우리당 이계안 후보(34%)가 한나라당 김왕석 후보(9%)에게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수원 영통은 우리당 김진표 후보 33%, 한나라당 한현규 후보 11%, 의정부갑에선 우리당 문희상 34%, 한나라당 홍문종 13%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지지율도 높았다.
탄핵안 통과 뒤 무응답층도 감소했다. 20개 지역의 평균 무응답 비율은 탄핵안 가결 전 50.3%에서 가결 후 44.9%로 5.4%포인트 줄었다. 또 한나라당 후보의 평균지지율은 2.4%포인트가, 민주당 후보의 평균지지율은 3%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렇게 무응답층과 야당 지지층에서 빠져나온 비율만큼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열린우리당 후보의 20개 지역 평균 지지율 상승은 14.6%포인트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9~21일 선거구별로 20세 이상 남녀 4백명(총 8천명)을 표본 추출해 탄핵안 가결 이전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고 중앙일보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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