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SK와 LG의 시범경기가 펼쳐진 인천 문학구장은 술렁였다. 3대5로 뒤진 상황에서 ‘기타파문’으로 SK유니폼을 입게된 이상훈이 9회초 친정팀 LG를 상대하러 전력질주해 마운드로 향했기 때문이다.
<사진> 진필중
***이상훈 ‘노련미’, 진필중 ‘변화구 제구력’ 돋보여**
기대와 관심속에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상훈은 선두타자 김태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상훈은 1루주자 김태완을 견제구로 잡아내 위기를 스스로 진화했다. 이상훈의 투구동작에 속은 신인 김태완이 이상훈의 노련미에 완벽하게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상훈은 옛 동료인 이종열, 유지현과의 승부에서 시속 1백45Km대의 강속구를 구사하며 두 선수 모두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상훈의 등판으로 경기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LG는 수순대로 진필중을 투입했다. 본의 아니게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 격’으로 이상훈 대신 LG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진필중은 2사후 박정권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빠른 볼과 체인지 업을 섞어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SK는 1회 2점과 3회 브리또의 좌중월 솔로 홈런을 묶어 3대0으로 앞서나갔지만 4회초 제춘모에 이어 등판한 사이드 암 신승현 투수가 제구력 난조로 LG 좌타라인과의 승부에서 실패해 5점을 내줬다.
한편 다년계약 대신 우여곡절끝에 LG와 1년계약을 체결했던 유지현은 4회초 1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원래 자신의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온 유지현은 4회말 글러브 토스로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등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이상훈
***이상훈-진필중 개막전 격돌여부도 관심사**
SK와 LG는 4월 4일 프로야구 개막전에도 맞붙을 예정이라 이상훈과 진필중의 특급마무리 대결이 관심사다. SK에는 지난시즌 구원왕 조웅천이 있긴 하지만 LG엔 유난히 좌타자들이 많아 좌완투수 이상훈이 효용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상훈과 진필중은 1995년에 남다른 경험을 했다. 당시 프로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상훈은 생애 처음으로 20승 반열에 올랐다. 이상훈은 특히 정규시즌 1,2위를 다투던 서울라이벌 두산(당시 OB)과의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1995년 정규시즌에 이상훈이 빛났다면 포스트시즌의 보석은 진필중이었다.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상승세의 롯데가 3승 2패로 앞서가던 6차전에 등판한 진필중은 벼랑끝에 몰린 두산을 구했다. 신인투수 진필중은 6차전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의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기사회생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이후 이상훈은 1997년 구원왕에도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진필중도 마무리투수로 전향해 1999,2000년 최고의 구원투수가 됐다. 자존심 강한 이상훈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국내무대를 떠나 일본 주니치를 거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했다. 반면 진필중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가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기아로 둥지를 옮긴 뒤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상훈 이적에 따라 신(新)라이벌로 떠오른 SK와 LG의 개막전에서 이상훈과 진필중 가운데 어느 투수가 먼저 웃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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