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아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퇴임 한달여만에 급거귀국, 탄핵심판 간사 변호인를 맡아 노무현 대통령을 수호하기로 했다. 지난달 12일 노 대통령 형 건평씨 처남 민경찬씨 등 친인척 관리 미흡을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던 문 전수석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아 다시 '노 대통령 구하기'의 최일선에 나선 것이다.
***"문 전수석, 태국서 탄핵 소식 듣고 급거 귀국"**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노 대통령은 13일 저녁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수석을 만나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을 주도할 이른바 '간사 변호인'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전수석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뒤 열린우리당의 집요한 총선 출마 요청을 뿌리치고 지난달 28일 부인과 함께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 윤 대변인은 "문 전수석이 어려울 때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12일 방콕에서 (여행하던 중)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네팔과 태국을 거쳐 티베트까지 여행할 계획이었으며, 사퇴 직후 사석에서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발생하자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13일 낮 노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탄핵 심판의 '간사 변호인'을 기꺼이 맡았다. 문 전수석은 노 대통령에게 탄핵소추안 가결이 부당하며,헌재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수석 "혼자 잘 놀다 와 죄송합니다"**
문 전수석은 지난달 28일 부인과 함께 네팔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대통령 탄핵안 국회 상정 소식을 듣고 지난 10일께 급거귀국 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비통한 심정으로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13일 노대통령과 직접 만났고, 노대통령은 이에 "쉬게 해주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못 지키네요. 언제나 신세만 집니다. 변론을 좀 맡아주셔여겠습니다"라고 변론을 부탁했다.
이에 대해 문 전수석은 "혼자 잘 놀다 와서 죄송합니다. 대통령의 입이 돼 소송을 치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정 1기팀' 합류, 이르면 15일께 변호인단 발표"**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석태 전 공직기강비서관, 양인석 전 사정비서관 등 문 전수석과 같이 물러났던 '민정 1기팀'을 대거 변호인단에 합류시킨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모두 6-8명 선의 변호인단을 구성, 이르면 15일 변호인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측은 이렇게 구성된 변호인단을 통해 탄핵안에서 적시한 '선거법 위반' '경제파탄' '권력형 부정부패'가 모두 법률적으로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변론한다는 방침이다.
측근비리의 경우 검찰과 특검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노 대통령이 취임후 직무집행 과정에서 측근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아직 없고, 경제파탄은 대통령의 구체적 실정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막연한 사유다.
가장 쟁점이 될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선관위 취지는 권고이므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헌정질서 파괴와 같은 중대한 범법 행위가 있어야 탄핵 사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