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를 규탄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는 13일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다. 시민, 학생, 시민단체 관계자 1만2천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탄핵안 처리를 강행한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참석자 대부분은 12일 밤 10시를 넘겨 자진해산했으나 1백여명은 13일 새벽까지 귀가하지 않고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계속했다. 또 '국민의 힘' 회원 50여명은 귀가하지 않고 국회 정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9명이 인근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들은 주말인 13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신기남 "탄핵안, 공개·강제 투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비판하는 국회 앞 집회는 이날 낮 국회에서의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참석 인원이 서서히 늘어, 이날 밤 '촛불집회'에는 1만2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저녁 8시께 참석해 "3일간의 농성으로 온 힘이 빠졌는데, 여러분을 만나니 힘이 난다"며 "힘내자, 이렇게 안 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탄핵안 통과 과정에 대해 "발의 근거가 헌법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면서 "보여주고 하는 공개투표였고 투표 않는 사람을 색출하는 강제투표였으며, 열린우리당 의원에게는 결과를 알리지 않는 비공개 개표였다"고 부당함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탄핵 불복종' 선언**
민중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2백20여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집회에 적극 결합했다. 앞서 이들 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 "국민의 의사도 국가의 안위도 전혀 안중에 없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로지 머릿수만을 앞세워 백주대낮에 국민배반의 쿠데타를 감행했다"며 '탄핵 불복종 선언'을 했다.
시민단체들은 13일에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제시민단체 비상시국회의'를 여는 한편, 오후 6시에는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의 1987년 6월 항쟁 투쟁 장소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발표 "노무현 정권의 국정 운영 미숙 등이 이런 현실을 초래한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이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대 야당의 폭거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탄핵 무효'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탄핵 무효화를 위한 투쟁에 즉각 돌입할 것이며 반민주주의적 쿠데타를 자행한 정치집단 해체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분신 기도·국회 난입 이어져, 일부 지방단체장 탈당도**
한편 13일 0시1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술에 취한 정모(52.서울 영등포구)씨가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12일 오후 3시5분께 충남 천안시 구성동 한나라당 천안갑 지구당 앞에서 강모(48. 목수)씨가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며 휘발유를 온 몸에 뿌리고 분신하려다 경비중이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또 이날 낮 12시께는 충북 청주시 문화동 충북지방경찰청 5층 옥상에서 인터넷동호회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의 회원 안모(43.회사원)씨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항의해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분신하겠다며 30여분간 소동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편 일부 자치단체장은 탄핵안 가결을 비난하며 탈당을 감행하기도 했다.
윤동환 전남 강진군수는 이날 "민주당에 대한 절망과 탄식, 분노가 솟구쳐 탈당한다"며 민주당 강진.완도 지구당에 탈당계를 냈다. 또 한나라당 해운대.기장갑지구당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허옥경(여) 전 해운대 구청장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욱 전북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 등 전북도내 단체장 5명과 강근호 군산시장, 전주시의회 의원들은 탄핵안 가결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