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 십수억" 발언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이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다"며 이를 차단하고 나섰다.
그간 경선자금 문제에 대해 "관련 자료를 이미 폐기했다"며 함구해오던 노 대통령이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최초로 경선자금 규모를 공개하자 정치권 일각에서 '의도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선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망에 잡힌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 문제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또 일각에선 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말도 나오는 등 각종 해석이 구구했다.
이 수석은 이와 관련, "어제도 대통령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한화갑 의원은 경선자금이 아니라 대선자금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하자는 과정에서 나타난 단서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盧 발언, 비밀 담고 가지 못하는 성격 때문"**
이 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노 대통령의 경선 자금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고 질문을 하니까 성실히 답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대통령께서 어떤 허물이나 비밀같은 것을 담고 가지는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경선자금 규모에 대해 "2002년 2월말에서 4월말까지 실시됐던 경선 과정에서 쓰인 게 아니라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둔 뒤 대통령 출마를 위한 1년여 과정에서 쓴 돈"이라며 "경선후보 기탁금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다 아시다시피 경선 과정에서도 어떤 후보에 비견해 저비용이었다"며 "나도 경선 대책위 상황실장을 맡고 있었지만 마지막날 기탁금 내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던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 발언과 관련, 야당에서 총 공세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이 수석은 "총선이 얼마 안 남은 때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이해하지만 정치를 해왔고 경선 과정을 지켜봤던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당시 언론에서도 경선 과정이 어땠을지는 알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는 비난 받을 수는 있겠지만 정치권에서 이걸 가지고 너무 확대 비화시키는 것은 스스로 양심에 비춰볼 때 합리적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관계자에게 경선 자금을 들은 경위에 대해서는 "최근에 들은 게 아니고 경선 끝나고 후보가 되신 뒤 경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담당했던 관계자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들었냐 물었더니 십억 좀 넘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내가 예단하기 힘들다. 과정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 성실히 임할 것"**
이 수석은 또 검찰 수사와 관련, "대통령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검찰 수사를 포함해 모든 것에 대해서는 필요한 게 있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경선 관련 자료를 이미 폐기했다'는 노 대통령 발언과 관련, "일체 관련 자료가 없다고 봐야 하냐"는 질문에 "폐기했다고 말씀했던 것은 분명하다"며 다소 여운을 남겼다.
한편 경선자금 규모에 대해 보고했다는 '관계자'에 대해 이 수석은 "나도 모르겠다"며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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