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90마일의 속도로 펼쳐지는 투수와 타자의 체스게임'이라고 불리는 야구경기에서 선발투수의 몫은 매우 크다. 탄탄한 선발투수진을 갖추지 않고 프로야구 패권을 차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4시즌을 위해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가 동계훈련에 한창인 가운데 국내 최고연봉투수 정민태가 이끄는 현대, '제구력 마술사' 매덕스를 영입한 시카고 컵스와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는 주니치가 각국 최고 선발 로테이션 등극을 꿈꾸고 있다.
***최고연봉 정민태 보유한 현대 우위**
지난 해 선발 21연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정민태는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포 앞에서 꼬리를 내렸던 국내프로야구 마운드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의 위력을 과시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연봉 7억4천만원의 최고투수 정민태가 버티고 있는 현대는 국내프로야구 최고 선발진에 가장 가깝다. 정민태의 뒤를 이어 피어리, 김수경이 선발진의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현대는 임선동만 부활한다면 '투수왕국'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선동렬 투수코치를 영입한 삼성이나 송진우, 정민철의 원투펀치가 건재한 한화의 선발진도 무시할 순 없다. 1선발 임창용을 마무리로 돌리고 대신 마무리 노장진을 선발투수로 보직변환하려는 삼성은 노장진, 케빈 호지스, 배영수, 김진웅 등의 선발로테이션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999년 정민철, 구대성 등 마운드 힘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던 한화는 '포크볼의 귀재' 이상목이 롯데로 떠났지만 송진우, 정민철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문동환의 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카고 컵스, '제구력 마술사' 매덕스 영입**
에이스급 투수들의 이적이 빈번했던 메이저리그는 시카고컵스가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를 영입하면서 최고 선발진 논란이 마무리됐다.
매덕스가 이적하기 전 메이저리그 황금 로테이션은 페드로 마르티네즈, 쉴링, 로우, 웨이크필드, 김병현으로 이어지는 보스턴의 선발진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기존의 마크 프라이어, 케리 우드에다 매덕스를 영입한 시카고 컵스 선발진의 손을 들어줬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도 1~3 선발을 백중세라고 해도 컵스의 4,5 선발인 잠브라노와 클레멘테가 보스턴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아웃 카운트 5개를 남기고 '저주의 파울볼'에 휘말려 분루를 삼켰던 시카고 컵스에겐 그렉 매덕스 영입의 감회는 남달랐다. 매덕스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1992년 시카고 컵스를 떠나 우승에 목말라 있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때문에 컵스 팬들은 3백승을 목전에 두고 친정팀을 찾은 매덕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한경기 20탈삼진 타이기록보유자 우드와 컵스의 미래로 평가되는 프라이어와 함께 매덕스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는 올 시즌 초미의 관심사다.
***나가시마, "주니치 투수진이 양과 질에서 모두 최고"**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이 활약해 국내팬들에게 낯익은 주니치는 일본 야구전문지 <슈칸베이스볼> 평가에 따르면 한신, 요미우리와 함께 투수력 부문에서 최고점수인 90점을 받았다.
주니치는 타선의 폭발력은 없지만 탄탄한 투수진을 내세우는 팀이다. 지난 시즌 에이스 가와카미 겐신과 아사쿠라 겐타가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어려움을 겪었던 주니치는 최근 일본대표팀 나가시마 감독으로부터 "투수진은 양과 질면에서 리그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주니치의 예상 선발투수진은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방어율 2위(3.06)를 차지한 히라이, 다승왕을 노리는 가와카미, 아사쿠라와 좌완컴비 노구치, 야마모토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센트럴리그 최고 좌완투수 이가와를 보유한 한신이나 우에하라, 마쓰자카에 의존도가 큰 요미우리, 세이부와 달리 주니치는 전체 선발투수들의 짜임새에서 가장 앞선다.
주니치는 지난 해 부상을 딛고 스프링캠프에서 빠른 볼의 위력을 되찾은 가와카미와 아사쿠라가 합작 25승 이상 해준다면 리그우승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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