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백29개국 1억4천만명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1일(현지시간) 펼쳐진 '미국인들의 축제' 슈퍼보울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슈퍼보울 하프타임쇼에 등장한 여가수 자넷 잭슨의 가슴이 노출되는 방송사고와 함께 선정적인 안무가 눈쌀을 지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미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미연방통신위(FCC)는 2일 "슈퍼보울 방송이 우리가 규제하고 있는 선정성기준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슈퍼보울 주관방송사 CBS와 하프타임쇼 제작에 참여한 음악전문채널 MTV를 압박했다.
한편 문제가 불거지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날 백악관업무 때문에 나는 전반전만 시청하고 잠들어 하프타임쇼는 못봤다"고 애써 외면했다.
***FCC, "위법성 드러나면 CBS는 물론 자넷 잭슨, 팀버레이크도 제재"**
슈퍼보울 하프타임쇼 선정성문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FCC는 "만약 위반사실이 발견되면 CBS의 모회사 바이어컴이 소유하고 있는 2백개의 방송지국은 각각 2만7천5백달러의 벌금을 내야하며 자넷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제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웰 FCC 회장은 "수백만명의 미국인들과 내 가족들은 슈퍼보울을 지켜보기 위해 TV앞에 모였다. 하지만 슈퍼보울 경기는 천박하고 저속한 하프타임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가슴노출 사건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던 팀버레이크가 자넷 잭슨의 겉옷을 벗기면서 발생했다. CBS는 즉각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팀버레이크는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며 옷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CBS는 "지난주 하프타임쇼 리허설때는 팀버레이크가 자넷 잭슨의 겉옷을 벗기는 콘티가 없었다. 고의성여부는 오로지 팀버레이크와 자넷 잭슨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넷 잭슨은 "겉옷을 벗는 퍼포먼스는 마지막 리허설 뒤에 결정됐다. 하프타임쇼를 제작한 MTV는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시청자들과 NFL에 대해 사과했다.
CBS는 슈퍼보울 방송사고와 관련해 선정성논란이 커지자 "하프타임쇼에서 불미스러운 일은 CBS자체 방송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며 모든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NFL, "MTV에 하프타임쇼 맡기지 않겠다"**
한편 NFL(미국프로풋볼)은 종료 8초전 뉴잉글랜드의 극적인 필드골 성공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던 슈퍼보울이 선정성 시비로 도마위에 오르자 당혹해하고 있다.
NFL의 폴 태글리아부 커미셔너는 "내년 슈퍼보울까지 모든 정책을 바꿔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고 하프타임쇼도 적절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NFL 고위간부는 "하프타임쇼를 제작하는 데 좁은 안목으로 어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 했던 MTV와는 다시 일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하프타임쇼 직전에 몇몇 선정성논란이 예상돼는 장면을 빼 줄 것을 MTV에 요구했다"고 발뺌했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상업주의 가져 온 또 하나의 '불상사'**
하지만 NFL은 30초짜리 광고료가 2백25만달러이며 경기가 펼쳐진 휴스턴지역에 3억달러가량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슈퍼보울의 수혜자여서 이번 선정성논란에 대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역대 TV시청률 1~10위까지 모두 독식하고 있는 최고인기프로그램 미식축구의 중계권료는 방송국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연간 2천억원을 상회한다.
때문에 미식축구 역사가인 짐 캠벨은 "미식축구가 과거엔 경기였지만 현재는 TV쇼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경기보다 광고효과에만 관심을 쏟는 등 철저히 상업성에 물든 슈퍼보울을 서커스와 같다"고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슈퍼보울에는 경기전 6시간짜리 축하무대, 자넷 잭슨 등이 출연하는 하프타임쇼와 특별제작된 수많은 광고들이 홍수를 이뤘고 이벤트로 속옷을 입은 여자모델들이 등장한 '란제리 보울'까지 행해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요언론은 이번 사건을 '스포츠 상업주의가 낳은 또 하나의 불상사'로 받아들이며 경기결과 이상의 비중으로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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