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0일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최근 정국은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인 것 같다"며 "오늘 이 상황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털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또 "한국이 '노(NO)'할 수 있는 대목이 과거보다 늘어가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변화될 대미 외교노선을 시사하기도 했다.
***"자기 자리로 돌려놓는 게 우리사회의 중요한 개혁"**
노 대통령은 이날 서영훈 신사회공동선 운동연합 상임대표 등 '나라사랑 원로모임' 소속 인사 24명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제가 가진 믿음은 가야 될 필연이라면 이렇게 가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안영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려놓고 자기 몫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자 자기 몫을 하면 조화롭게 발전하면서 부조리가 줄 것"이라고 현 정국의 필연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도 최근 정국과 관련, "혼란스러움도 새 질서로 가는 과정"이라며 "더 빨리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과 불협화음, 진통이라 생각하며 오늘 상황을 수용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민주화 과정이 87년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그 이후 10년간 너무 더딘 것같고 제자리거나 과거로 되돌아가는 조급함을 느꼈지만 지나고 보니 많이 변화 발전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길이 넓게 닦여졌지만 대통령 자리에 와보니 그 길이 잘 포장이 안돼 구덩이도 있고 흙탕물이 고인 곳도 있어 오면서 크게 또는 적게 먼지나 흙탕물을 뒤집어써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 서있다"고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다음에 오는 이가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게 도로를 잘 포장하는 일이 내 몫"이라며 "상황에 대해 걱정도 많고 마음의 분노도 많은 줄로 안다. 좋은 말씀이든 나쁜 말씀이든 기탄없이 해달라"며 조언을 부탁했다.
***"다음 대통령 기다리는 목적지까지 잘 가게 하겠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 운전석에 앉은 제가 할 일은 차를 바르게 몰아 다음 대통령이기다리는 목적지까지 잘 가게 하는 것"이라며 "제가 맡은 구간만큼은 운전을 잘 하겠다"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날의 허물은 이해해 주시고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며 원로들의 이해를 구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도 "대통령을 하며 보니까 내가 뜻을 세워 가는 것보다 역사 변화의 순리를 어떻게 겸허히 수용하는가가 큰 일"이라면서 "내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기 보다 변화 상황을 수용하고 속도를, 국민들이 불편없이 수용하도록 조절하는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노'할 수 있는 대목이 늘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 남북관계에 대해 국내에서 의견 차이가 많고 갈등이 있으나 모두 '예스'(YES)만 해도 적절치 않고 '노'(NO)라고만 해도 적절치 않은 만큼 사안과 경우에 따라 선택하되 한국이 '노'할 수 있는 대목이 과거보다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영관 외교장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라인 대폭 교체의 배경이 된 노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으로, 향후 대미 외교노선에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수용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참석자들은 국가적 지원을 통한 대학평준화, 친일파 잔재 청산, 이공계 우대 정책,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등을 주문했다.
한 참석자는 "총선에서 도덕성이 강한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고 국민들은 잘 선택할 것"이라며 "국민은 지금 청렴한 지도자를 따르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갖고 있고 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서영훈 대표 외에 김우전 광복회장, 윤경빈 독립기념관 이사장, 고은 시인, 강만길 상지대 총장, 박형규 목사, 이세중 변호사,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최창무 천주교 광주교구 대주교, 김철 천도교 교령, 방지일 한기총 중경회장,박청수 원불교 교무 등 각계 원로 24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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