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요청으로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29일 "청와대가 국정원을 통해 기자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했다"는 국민일보 보도와 관련, "NSC 요청에 따라 조사를 실시했으나 NSC에는 통화기록 조회 등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함이 없이 보안사고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지난 1월8일 통보한 바 있다"고 해명, 통화내역 조회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앞서 국민일보는 지난 1월 6일 게재한 '외교부와 NSC간 사사건건 충돌' 기사와 관련해 NSC가 국정원에 '외교 비밀 내용이 유출된 것 같다'며 보안조사를 의뢰해 국정원이 기사를 작성한 조수진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보안 사고 조사는 국정원 본연의 의무이자 책임"**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교부와 NSC가 국민일보 보도를 접하고 국가 보안 사고 가능성에 대해 조사키로 합의한 후 보안 조사 대상이 아니냐고 문의해옴에 따라 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경위를 밝혔다.
국정원은 조사 결과에 대해 "기사 내용상 비밀 포함 유무 및 인지 범위 파악을 위해 기초 조사와 적법 절차에 따라 통화기록 조회를 해본 결과 비밀 문건이 유출된 것이 아니고 구두 취재를 통해 보도된 것이며, 내용상에도 외교 기밀 내용의 누설이 없이 개괄적 사항만 제보된 것으로 판단,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어 "NSC에는 통화기록 조회 등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함이 없이 보안 사고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1월 8일 통보한 바 있다"면서 "국정원은 국가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 보안사고 조사는 국정원 본연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십분 양지해 달라"며 국민일보 보도에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도 이날 "청와대나 NSC가 국정원에 통화내역을 조사해 달라고 의뢰한 사실은 없다"며 "외교부와 합의해 국정원에 보안 유출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국정원은 NSC에 구두로 ‘보안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또 "NSC가 국민일보 보도 건과 관련, 민정수석실에 혐의 있는 사람의 조사를 의뢰했다는데, 이는 통화 내역을 조사해서 한 것이 아니라 NSC가 자체 탐문해서 알고 있는 사안을 민정수석실에 의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청와대 몰랐을까"**
하지만 국민일보는 30일자 가판에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청와대는 정말 몰랐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일보는 특히 민정수석실의 허영 과장은 조 기자가 5일밤 통화한 외교부 위성락 당시 북미국장과 이혁 장관보좌관을 10일 오전 소환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두 사람에 따르면 허 과장은 “1월6일자 국민일보 기사의 취재원 여부를 조사하려 한다”면서 “5일 밤 11시쯤 조 기자와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추궁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또 이 사건을 조사중인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게 국정원 관계자가 "통화내역을 조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SK텔레콤이 시인한 사실이 알려지자 뒤늦게 조회 사실을 시인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강하게 문제제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권영세 의원은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측이 6∼10일 사이에 ‘외교정보 누출 차원의 조사에 필요하다’며 조 기자의 통화 기록 자료를 요청해 받아갔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을 동원해 조 기자의 통화 기록을 불법 조회했는지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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