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과장은 지난 22일 한국일보와 첫 언론 공식 인터뷰를 하고 폭로 이후 심경 등을 털어놨다. 25일 자로 나온 기사에서 권 과장은 "사건 수사 중 겪은 부당함을 밝히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수사과장 직을 수행할 수는 없었다"며 "경찰은 자기 목적적인 조직이 아니다. 경찰로서 해야 할 일, 따라야 할 가치, 법이 있다"고 말했다.
경고는 이 인터뷰 기사가 나오고 하루 만인 26일에 결정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권 과장이 언론 인터뷰 시 사전 보고토록 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사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개인적 판단과 견해를 발표한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며 권 과장이 "(여당-국정원-경찰) 3각 커넥션 의혹을 (인터뷰에서) 제기한 점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경고는 폭로와는 무관하며, 향후 언론 인터뷰를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할 것을 강조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사나 연봉 상의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경찰의 과대 해석 경계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과장의 폭로가 주목받았던 지난 청문회 이후 경찰 지휘부 안에서 내심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온 게 사실이다. 다만 여론의 '뭇매'를 우려해 주저하던 경찰이, 이번 언론 인터뷰를 빌미 삼아 권 과장에 대한 '손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사진 아랫줄 가운데)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과 원칙을 지키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공직자를 격려는 못 할망정, 권력과 조직 논리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압박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냐"며 "서울경찰청은 권 과장에 대한 경고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하고, 이후에도 권 과장에 대해 어떤 불합리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분노 여론도 거세다. 트위터 아이디 @fin******ory7은 "참 핑계 한 번 궁색하다! 겨우 찾은 징계사유가 보고없이 인터뷰했다는 거야?"라고 했고, 아이디 @r*****11은 "'박근혜 경찰'로 전락한 경찰청에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 외에도 '쪼잔하다', '대한민국 경찰의 자화상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줄 알아야지', '(경찰은) 박근혜 친위대냐', '힘내세요 권 과장님', '(언론 인터뷰를) 보고받을 자격도 안 되는 인간들이', '권은희 과장의 행동이 경고감이면 서울경찰청장은 사형감이다', '너(경찰청)나 잘하세요', '폭로가 경고면 (수사를) 축소한 자는 파면이 적당!' 등의 말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고 있다.
앞서 권 과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압수수색 영창 신청 차단, 서울경찰청 차원의 검색 키워드 축소 수사 지시, 대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심야 기습 수사 결과 발표에서 수서경찰서 수사팀 배제 상황 등을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 과장을 향해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챨이냐"고 비난,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비난 폭풍이 커지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틀 후에 유감을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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