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개통 예정인 고속열차에 여성전용칸이 반대 여론이 거세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철도청은 25일 고속철도 열차 20량 중 1량을 여성전용칸으로 지정.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사생활 보호가 목적으로 아이를 동반하거나 화장실 사용 빈도가 높은 여성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보도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성전용칸 운영에 대한 반대 의견이 들끓고 있다.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다.
***'역차별'은 평등권 침해시 성립되는 개념**
철도청 측은 "여성전용칸 도입은 역차별이라는 반대 의견이 있어 아직 여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의 흐름을 감안하건대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선닷컴(www.chosun.com)은 여성전용칸 도입에 대해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고속철에 여성 전용칸을 도입한 사례가 없다"면서 "취지와 달리 남녀간 불신감을 조장할 우려도 있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 과연 여성전용칸 도입에 대해 '역차별'이란 비판이 가능한 것일까?
역차별은 인종차별, 성차별 등 사회적 불평등에 따라 사회적 약자가 감당해온 부당한 차별을 상쇄시키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으로 인해 반대편에 속하는 개인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소수인종에 대한 대학입학 우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역차별에 대한 오래된 논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도시와 농촌간 교육 환경의 차이를 지적하며 신입생 선발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역 할당제', 또 교수 채용시 여성을 우대하는 '여교수 할당제', 4월 총선을 앞둔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시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여성 공천 할당제' 등도 역차별 논란에 해당되는 사례다.
이처럼 역차별은 특정 조치가 여성, 소수인종, 장애인, 빈민계층 등 보호하려는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을 때 성립되는 개념이다.
***여성 혼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할 땐 분명 약자**
그렇다면 여성, 혹은 아이를 동반한 여성을 대상으로 전용칸을 도입하는 게 고속철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지 의문이다. 혹자는 20칸 중 1칸을 전용칸으로 설정해 남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줄어든다고 반박할지 모르나 옹색하게 들린다.
도입 여부를 떠나 여성전용칸은 영.유아 좌석제 등과 마찬가지로 이용객들에게 선진국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다. 만약 실효성이 떨어지면 지하철에서 한때 도입됐던 '여성전용칸'처럼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사회가 언제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이토록 옹색해졌는가이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약자인지에 대해선 할말들이 많겠지만 분명한 점은 여성 혼자, 혹은 아이를 데리고 여행할 땐 분명 약자다.
또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대한 우대 조치를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기회의 평등'과 '실질적 평등'은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단순히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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