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전경련 회장단과 오찬 회동을 갖고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드는 데 최선 다하고 있다"며 "최선의 서비스 다할 테니 믿고 용기 내시고 투자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 경제 정책이) 친(親)노동자 정책이라고 하면 노동계가 화낸다"면서 "제가 전경련 입회 원서도 안 냈지만 전경련 회원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재계에 우호감을 표현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이에 대해 회동 말미에 "동업자가 된 느낌"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노 대통령은 "검찰독립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재계가 느끼는 불편과 우려를 검찰도 잘 알 것"이라고 말해, 검찰 수사가 가능한 한 조기에 끝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盧 "경제 위해 개인적 생각 중 버릴 건 버렸다"**
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회동을 갖는 것은 지난해 6월 종로의 한 삼계탕집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후 반년만에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노사관계, 규제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점검하고 있다"며 "국가기술혁신 체제를 재정비하고 과학기술부총리를 새로 신설하는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고 기업에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고 이병완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를 위해 그동안 개인적을 가졌던 생각 중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꿔왔다"며 재계의 불신을 씻으려 했다. 또 "정치인들이 기업인 자주 보자고 하면 귀찮아 하는데 자주 볼수록 좋다고 하면 자주 보겠다"며 접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신호 회장이 "자주 보자. 자주 불러 좋은 말씀 인도해달라. 동업자가 된 느낌"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노사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작년에 노동손실일수가 20%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기업인들이 대화로 줄여주는 노력해달라. 작년보다 노사분규를 50%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불법파업에는 정부가 법과 원칙으로 분명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신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노 대통령이 대기업 노조 생산성 초과 임금 인상 자제 당부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크게 고무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책이 불투명해서 투자 못한다는 애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 들여다보면 불투명한 정책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무엇이 불투명한지 말씀해주시면 고쳐서 투명하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관계와 관련,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굳건히 해나갈 것"이라며 "자주 국방도 십년 후 한미동맹관계를 내다보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흥정할 것은 흥정하고 서로 예의 갖출 것은 예의 갖추는게 중요한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盧 "재계 불편, 검찰도 잘 알 것"**
이날 회동에서 재계는 예상대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의 조기종결을 요구했으나 노 대통령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치자금 수사는 검찰 독립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재계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좋은 기회로 살려나가자"고 원칙적 입장을 밝히며 즉답을 피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국민정서나 재계가 느끼는 불편과 우려를 검찰도 잘 알 것"이라고 말해 기업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한 조기에 매듭되도록 힘쓸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작년의 경우 재계가 SK 수사부터 일년 내내 방향, 결과를 보느라 노심초사했다"면서 "검찰 수사가 조기종결 됐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현 부회장은 "경영 투명성 부분은 과거 수출 드라이브 시대때부터 누적되온 문제가 많이 있다. 그걸 고치기 위해 재계도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특단의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경련은 또 이날 '2004년 기업의 투자 및 고용계획'이라는 자료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자금 수수단계만을 대상으로 한정해 조속한 수사 종결 △자금조성과 관련된 분식회계 부분에 대해 특별한 조치와 배려 요망 △정치자금 제도의 개혁 등을 요구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출자총액제 폐지 등 요구**
한편 재계 총수들은 검찰 수사 조기 종결 외에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FTA 비준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출자총액규제제도 폐지 등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은 금년에 R&D(기술개발투자) 1조5천억원, 투자 3조5천억원 등 총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더 크게 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 기업, 개인, 연구소가 함께 노력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대해 "대통령께서 반대 의원들 불러서 설득을 한번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경기가 나쁠 때는 해고가 자유스러워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주문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집단소송제가 입법화 됐으니 출자총액규제 등 투자 애로사항에 대한 배려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출자총액폐지를 건의했다.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은 "서구에서는 다국적 기업을 제외하고는 건전한 가족 기업 들이 커지고 있다. 반기업정서, 특히 기업주에 대한 정서가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먼저 LG 카드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하면서 "파주 LG-필립스 공장 허가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올 4월 착공해 2006년 상반기에 완공되면 2만5천명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낮 12시에 시작, 2시가 조금 넘어 끝났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이병완 수석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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