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미라인 간부들의 '대통령 폄하 발언'으로 윤영관 전 외교장관이 사실상 경질되자 미국의 보수 언론들이 반발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던 한.미 관계가 정통 외교관료 출신이자 '미국통'인 반기문 신임 외교장관 임명으로 일단 수습되는 국면이다.
윤 전장관 사표 수리 하루만인 16일 오후 7시께 반 장관이 신속히 임명되자마자, 이날밤 이례적으로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파월 장관의 이같은 축하전화는 외교장관 경질 및 주한미군 한강이남 완전이전 등을 계기로 미국내 매파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북핵협상 등 당면 현안 해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발빠른 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파월 "미국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장관된 것 기뻐해"**
파월 장관은 이날 자정 넘어 반 장관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장관이 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미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나는 한·미관계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테니 안심하고 믿어 달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공식 취임하는 대로 양국이 협의해 빠른 시일내 보도록 하자. 우리는 핵문제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깊이 협의를 해야 한다"고 조속한 시일 내에 면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에 파월 장관은 "당신이 취임하자마자 이른 시일내 만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앞서 지난 94년 1차 북핵위기때 미국측 창구로 반 장관과 협상을 벌였던 인연으로 친분이 두터운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대사도 반 장관 임명 사실이 보도된 직후 전화를 걸어 반 장관 취임을 축하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자주외교는 실용외교"**
이에 앞서 반 장관은 임명 사실이 발표된 직후인 16일 저녁 청와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어떤 경우에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과의 대외정책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우호동맹관계는 앞으로도 공고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보좌관은 "자주외교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에 균형적인 실용외교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다"며 최근 대미 외교에 있어 '자주외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반 장관은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외교장관 경질이 마치 우리의 주요 우방국인 미국과의 대외관계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그런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단지 공직자로서 지켜야 될 규정 이런 것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문제였다"고 최근의 '대통령 폄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불미스런 일에 관련된 직원들에 대해선 불가피하게 인사조치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며 "납득할 만한 선에서 조치를 위할 것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취임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취임후 곧 문제발언을 한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 장관은 17일 오전 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이날 낮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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