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13일 재구성 후 첫 전체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특위위원들은 이날 “가능한 한 빨리 정치개혁법안에 대한 협상을 끝내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소위원회가 구성되는 15일부터 소위원회를 전격 가동키로 했다.
위원장 선임 등 정개특위 개괄을 짜는 첫 전체회의는 순조롭게 끝났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 입장이 달라 이후 정개특위 협상 과정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오, 합의 처리 자신**
회의 전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은 “(이재오 의원을) 위원장으로 받들어 모시려고 했더니 어제 또 눈앞이 깜깜한 말씀을 하셨다”며 이 의원의 '지역구 의원 증원-비례대표 감원' 발언을 문제삼았다. 같은 당 유시민 의원도 “(이 의원이) 의원정수를 두고 이랬다저랬다 하니 소인은 통 감이 안 잡힌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을 90여일 앞둔 급박한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의원의 특위 위원장 선임은 별다른 마찰 없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특위는 이와 함께 각 당이 추천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함승희,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을 간사로 임명했다.
특위는 이어 15일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특위는 특히 원활한 논의 진행을 위해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완결한 후, 전체회의에서는 합의된 내용을 확정만 하기로 결의했다. 또 모든 소위원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회의 말미에 이재오 위원장은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정개특위에서 합의를 못해 총무단으로 공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일부에서 한나라당이 수적우세를 이용해 표결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정치관계법은 합의가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승희 의원도 “정개특위에 참여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논리적 설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각 당 의원들 역시 “구정 전에 다 해결보자”(한나라당 정의화), “조국과 겨레를 위해 화끈하게 합의하자”(우리당 유시민), “각 소위에서 밤을 새서라도 토론 하고 합의가 안 된 부분은 방송 토론회에서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구정 전에 모조리 마무리 하자”(우리당 천정배) 는 등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자는 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조속한 합의’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협상의 최대 뇌관인 지역구 의원 정수 문제에 대해 여야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인구 증가분을 고려한 지역구 의원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열린우리당은 지역구 의석수 현행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위원장은 “원래 한나라당 당론은 의원 정수를 현행 2백73명으로 유지하는 것이지만 지역구 의원 수는 인구증가분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지역구 의석을 늘리고 그만큼 전국구 의석을 줄여 의원 정수를 유지하자는 한나라당의 당론을 거듭 확인했다.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도 “의총이나 당 지도부 회의 등을 거쳐 의원정수 문제에 관한 민주당의 당론을 확정할 것이지만 헌재 판결을 존중하자면 지역구 의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의원은 “의원정수 때문에 모든 것이 엉키게 된다면 현행 유지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우리당은 지역구 의석수 무조건 동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전 정동영 의장은 김근태 원내대표 등과 함께 ‘정치개혁 실현을 위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당은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총선 전원 불출마라는 결의를 가지고서라도 정치개혁안 개악 움직임을 단호히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천정배 의원도 “우리는 정치개혁을 하기 위한 당”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이 문제는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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