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이게 정말 '좌파'적 세계관과 당파성에서 나오는 반응일까. 즉 진보/좌파의 관점에서 민족주의 우파에 대해 보이는 반응과 태도일까.
내가 보기에는, 좌파의 반응이라기보다 자유주의적 관념의 소산이다. 거의 신경질적인 레드컴플렉스 맞먹는, 어떤, 이념에 대한 발작 같은 것(이른바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리버럴의 불편과 증오와 같은 것. 자유주의적 정서 속에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어떤 문화적 풍토와 정치적 태도로서의 이른바 '주체사상 신봉파'. 한때 80년대도 그랬긴 하다. 주사파가 보인, 품성론과 대동단결론에 대해서). 그것이 결국 사회운동 내에 무원칙과 관료주의의 토양인 것을.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일종의 자유주의적 혹은 민주주의의, 심지어 법치주의의 관념의 반영 같다. 혁명이고 무장이고 이런 것 자체가 이미 산통 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어떤 이념에 의해 결합된 결사에 대해서 혐오감을 표출하고, 결국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외에는 없다고 체념하는 정서 말이다. 그 정서의 반영 말이다.
마치 '자유세계' 백인들이 자신들과 다른 정치체제나 문명을 가진 세계에 대해서 보이는 혐오증 같은 것. 다르다는 이유로 아예 생존의 존재의 이유조차 없다는 듯이 대하는 것. 미국인들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에 대해서 단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그들 식의 민주주의), 좌파라는 학자들조차 얼마나 심하게 비아냥거리고 농단하던지. 아니면 중동의 정치시스템에 대해서 거의 야만적 석기시대를 말하듯이 하던 유럽의 잘난 민주주의 문명의 사람들같이…. 놀라웠다.
그 자유주의적 신경질적인 반응의 한 대표적인 보기가 진중권의 발언이다. 그는 도통 이런 집단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혐오스럽다,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본다. "집단적 자위(마스터베이션)"라는 표현까지 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지만, 하나의 정치적 노선인데, 어떤 정치적 노선과 전략에 대한 근거 있는 비판이나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 나아가 국가 정보기관의 메카시적인 공안놀음에 같이 춤을 춘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고, 감정이 아니라 비이성이다. 남은 것은 국가이성 뿐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공안기관, 극우파가 이 기회에 민족주의 우파를 정리함으로써, 진보 좌파가 좀 더 유리한 생존의 조건을 확보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옳지 않은 노선은 싸워서 이겨야한다.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이렇게 극우 국가주의가 정파적 지형을 바꾸는 것, 정말 최악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사상누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좌파 역시 물들 테니!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부패할 테니. 무엇보다 이 문제는 좌파와 사회주의자들에게도 돌아올 칼날이니!
만약 이 땅에서 내란을 음모하고 이 체제를 전복하겠다고 하고, 무장투쟁이 필요하다고 하고, 권력의 변화가 무장투쟁 없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게 무슨 사상의 자유인가. 사상의 자유란 이 체제까지도 겨냥하여 어떤 생각이든 (그 어떤 생각이든) 품고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 좋아하는 자유주의자들은 그를 '사상의 자유 시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민족주의 우파와의 제대로 된 승부조차 하지 못한 채, 그동안 노동조합에서건 정치정당운동에서건 애매한 적대적 공범으로 있다가, 결국 이제 국가공안기구의 힘이 그들의 정치적 숨통을 끊는다고 한다면(뭐 그럴 것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그렇게 되든 안 되든. 이는 이 사회 좌파의 최대의 재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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