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시비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협조요청'과 관련 "선관위에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2일 뒤늦게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의사 표명으로까지 해석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단지 선거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 대통령이 뭘 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알아보고 싶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선 양강구도' '시민혁명' 등 노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이같은 발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盧 "미국도 대통령이 선거 때 뛰는데..."**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우리당 김부겸.임종석.안영근.송영길.정장선.김성호.이종걸 등 초선 의원 7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면 대통령이 선거에 중립을 지킬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싶다"며 선관위에 선관위에 마지노선을 정해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도 대통령이 선거 때 뛰는데 우리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이런 얘기가 나가면 총선 개입으로 파문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과거 정권처럼 대통령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국정원과 경찰.검찰 등 권력기관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시키는 짓을 해서는 안 돼지만 권력기관들을 철저히 묶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의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게 오히려 선거문화를 한 단계 올려놓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청와대는 선관위가 지난달 30일 야당이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양강구도' '시민혁명' 발언 등과 관련,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한 발언을 하는 때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는 요지의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자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법적 판단에 문제없음에도 대통령에게 공명선거를 요청하는 것은 국민에게 오해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한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선관위에 마지노선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발언은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풀이된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오찬은 최근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이들 의원들이 1주일 전쯤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해 마련됐다.
***청와대 "입당하면 뭘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것"**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3일 "사실이 왜곡됐다"며 "대통령은 단지 선거 전에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알아보고 싶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임종석 의원도 "선관위가 모호하게 결정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좀 답답해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면서 "그래서 선관위에 정확히 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한 것일 뿐 선거개입 취지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 60조는 정무직 공무원 중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의 선거운동은 허용하고 있지만, 대통령등 그외 공무원들의 선거운동은 모두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선거운동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발표하는 행위 등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금지돼 있다.
다만 선관위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 반대의 의견개진, 통상적인 정당활동 등은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어 이같은 행위까지는 가능하다고 애매하게 해석하고 있어, 앞으로 노대통령이 유권해석을 요구할 경우 선관위는 허용 범위 설정을 놓고 상당히 부심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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