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꼴” 발언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전선거운동’이라며 26일께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요구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이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사적 발언에 대한 생트집”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노사모’ 발언에 이어 이번 발언까지 야당에 빌미를 제공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는데 대해 선관위도 무척 곤혹스런 눈치다.
***한나라.민주 “총선개입 노골화한 것”**
문제의 발언은 노 대통령이 지난 24일 낮 청와대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직 비서관, 행정관 9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으로 가면 타이타닉호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며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을 때 물보라가 크게 치듯이 한나라당에는 더 나쁜 지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 "내년 총선에 가서 한나라당이 아직 있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며 "바람이 불테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개입을 노골화한 것"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노 대통령의 말을 "대통령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도 "지난번 ‘노사모 집회’에서의 시민혁명 발언에 이어 똑같은 범법을 한 이상 그냥 지나갈수 없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할 것임을 밝혔다.
박진 대변인은 "지난해 대선때 선거중립내각을 주장했던 노 대통령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선거중립내각이 없다고 강변하지 않나, 한술 더 떠 불법사전선거운동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더욱 강하게 촉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이건 유감의 정도를 지난 망언"이라면서 "당내에서 법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26일 회의에서 법적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사적 발언, 생트집 잡지말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비공개 석상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 “사적 발언”이라며 야당의 공격에 맞섰다.
윤태영 대변인은 25일 구두논평을 통해 "사적인 비공개 송별 오찬에서의 사적 발언을 가지고 선거운동, 선거법 위반 운운 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트집"이라면서 "가족들과의 대화도 시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식사하면서 안주거리로 한 말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두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은 "한나라당 찍으면 민주당과 우리당에 불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키로 돼있는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총선 출마자들한테 그런 말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정당에서 유권해석을 의뢰해 오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에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으며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킬 분명한 목적이 드러나고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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