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2일 밤 전화 통화를 가졌다.
이날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에 사의를 표한 뒤, 이라크 부채 탕감을 위해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29일 특사로 보낼 계획을 통보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베이커 美대통령 특사 29일 방한**
윤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파병이 이라크의 안정과 재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추가 파병 결정에 사의를 표했으며, 노 대통령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지원을 임무로 하는 우리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또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특사 파견소식을 전하며 "베이커 전 장관의 방한은 이라크 재건사업 논의와 (한국에 대한) 이라크의 채무 재조정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 특사는 27일부터 30일까지 일본과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해 이라크 부채의 감소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되도록 참여국간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일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중국 후진타오 주석 등에게도 전화를 걸어 북핵 문제 등을 협의했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밤 9시42분께 전화를 걸어와 18분간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간 전화통화는 노 대통령 취임 후 여섯번째다.
***미, 18억달러 부채 탕감 요구**
부시 대통령의 이날 전화는 노대통령이 3천명을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로 추가파병하기로 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인 동시에, 이라크 부채 탕감이라는 새로운 요구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현대건설 17억달러, 정부 1억달러 등 민-관이 총 18억달러(약 2조1천6백억원)의 이라크 채권을 갖고 있다. 미국이 바로 이 이라크 부채 탕감을 우리나라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 요구에 대해 정부는 현대건설이 못받은 공사미수금은 민간부문 채권인만큼 정부가 나서 탕감을 해줄 수 없으나, 공공채권인 1억달러에 대해선 탕감을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처럼 이라크 채권 포기 요구를 공식화함에 따라 현대건설이 공사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이라크 파병 논란이 시작됐을 때 정부 및 재계의 파병론자들은 "한국군을 파병해야 이라크 채권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같은 국익론이 얼마나 설익은 것이었나를 지금 미국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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