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경기에서 감독을 흐뭇하게 하는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팀의 공격을 잘 막아내 ‘농구는 수비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득점을 많이 올리는 스타급 골 게터들의 빛에 가리는 경우가 많지만 농구코트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촉매역할을 한다.
18일 SK로 전격트레이드 된 황진원과 대구 동양의 숨은 진주 박재일은 상대팀 외곽공격을 원천봉쇄하는 ‘찰거머리 수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시즌 코리아텐더 돌풍의 주역으로 프로농구 기량발전상(MIP)를 받은 바 있는 황진원은 1백88cm의 신장에 빠른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김주성, 송영진의 트윈타워를 앞세운 중앙대 전성기부터 수비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황진원은 올 시즌 굿 디펜스 7개, 가로채기 33개, 블록슛 10개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울산모비스와 함께 팀수비에 약점을 드러내며 역전패를 자주 당했던 SK 이상윤 감독이 코리아텐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황진원을 트레이드 해온 것도 그의 투지에 불타는 수비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구동양의 포워드로 3점슛 성공률 1위(56.63%)를 달리고 있는 박재일도 수비에 정평이 나있는 선수다. 굿 디펜스 11개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경기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박재일은 공격욕심보다는 착실한 수비로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농구전문가들은 루즈 볼과 튄 공을 잡아내는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궃은 일’ 도맡아 하고 고감도 3점슛까지 뽑아내는 박재일은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대구동양의 보물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황진원, 박재일 외에도 삼성 강혁, LG 박규현,김영만과 KCC 추승균 등은 특유의 '그림자 수비'로 팀내 공헌도를 인정받는 선수들이다.
1980년대 ‘슛 도사’ 이충희를 전담마크했던 신동찬(당시 삼성)이나 프로농구 초창기부터 상대슈터에게 악몽 같은 존재였던 김영만의 뒤를 잇는 이들의 수비능력은 치열한 정규시즌 레이스가 전개될수록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으면 ‘디펜스, 디펜스’라고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구호는 1970년대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과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한 ‘가로채기의 귀재’ 월트 프레이저가 이끌었던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농구경기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디펜스, 디펜스’ 구호에 따라 지나치기 쉽지만 승패의 향방을 좌우하는 각팀의 수비에 초점을 맞춰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팬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