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남자배구 정상의 자리를 7년 동안 지켜 온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아라."
20일 개막하는 'KT&G V투어 2004'에 참가하는 남자실업팀들의 목표이자 라이벌 없는 배구경기에 흥미를 잃어왔던 팬들의 바람이다.
이번 V투어에서는 '조직력'을 내세우는 명세터 김호철이 지휘봉을 잡은 현대캐피탈과 거포 이경수가 활약하는 LG화재 등이 최강팀 삼성화재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오랜만에 배구팬들은 기대감에 휩싸여 있다.
***삼성화재 독주에 배구팬들 흥미 반감**
80년대 농구와 함께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군림했던 배구는 농구가 1996년 프로화에 성공한 이후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선수 스카우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팬들에게서 멀어져갔다.
특히 대회마다 우승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삼성화재의 등장은 남자배구 인기몰이에 오히려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삼성화재에 견줄만한 팀이 없어 대부분의 경기결과가 예측가능했기 때문이다.
1995년 11월 창단식에서 당시 이학수 삼성화재사장은 "삼성화재팀을 3년내에 국내정상에 끌어 올리고 10년내에 세게 10걸안에 드는 명문팀으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3년안에 국내정상을 차지하겠다던 삼성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신치용 감독을 위시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력과 '월드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김세진을 앞세워 1996년 배구대제전 2차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삼성왕조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삼성은 기존의 김세진에다 신진식까지 입단해 국가대표 좌-우 쌍포를 갖추면서 남자실업배구를 석권할 수 있었다.
***1999년 싹쓸이 스카우트로 더욱 굳건해진 삼성왕조**
이미 최강의 멤버를 갖춰 슈퍼리그 3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는 1999년 당시 대학최고 스타들인 장병철, 최태웅, 석진욱, 명중재를 모두 스카우트하며 실업배구판을 뒤흔들었다.
다른 실업배구팀들은 "삼성화재가 4,5년동안 우승을 독식할 것이 뻔한데 더 이상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발하며 삼성화재와의 경기를 보이콧할 움직임까지 보였다.
파행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이던 2000년 슈퍼리그는 실업배구 사태해결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발벗고 나서는 한편 배구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극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이미 화려한 멤버로 짜임새있는 전력을 구축한 삼성화재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삼성화재 8연패 저지 가능한가**
이번 시즌 삼성은 신진식, 석진욱의 부상과 김세진의 퇴조기미로 8연패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삼성은 대학시절부터 '제2의 장윤창'으로 불리던 장병철, 국가대표팀 세터 최태웅과 센터 신선호, 박재한에다 경기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 리베로 여오현이 버티고 있는 등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이선규, 박철우 영입과 컴퓨터 같은 토스로 한국배구 역대 최고의 세터로 손꼽히는 김호철 감독의 부임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한 현대캐피탈과 우여곡절끝에 거포 이경수를 입단시킨 LG화재, 끈끈한 수비의 팀 상무와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차주현 감독의 대한항공은 모두 삼성화재의 아성을 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프로화의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시작되는 KT&G V투어 2004가 드래프트 파동이나 전력불균형으로 인한 흥미반감 대신 배구의 중흥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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