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확정됐다. 이승엽은 11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 남았어도 일본 롯데 정도의 대우는 받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인정받고 싶었다"며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공식선언했다.
이승엽의 일본측 대리인 김기주 씨는 10일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과 총액 최소 6억6천만엔(한화 약 72억6천만원)에 2년 계약을 하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일본행을 택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에서 영향력이 있는 발렌타인 롯데 감독을 미국 진출의 하나의 교두보로 삼을 것으로 보이지만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상대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본투수들에 잘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갖게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노리는 이승엽에겐 발렌타인 감독의 롯데입단이 플러스**
내년 시즌부터 롯데의 지휘봉을 잡게 될 바비 발렌타인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작전능력을 인정받았던 '꾀돌이'감독으로 정평이 났다. 특히 발렌타인은 스케일이 큰 미국야구에 일본프로야구 지도자경험을 살리는 세밀한 야구를 접목시켜 2000년에는 뉴욕메츠를 월드시리즈에 올려 놓은 바 있다.
발렌타인이 메이저리그 팀의 감독후보로 자주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만의 독특한 수비중심의 작전야구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1995년 롯데의 감독을 맡아 일본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발렌타인은 뉴욕메츠가 일본선수인 신조, 요시이를 영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발렌타인 감독은 2003년 다시 롯데감독에 부임한 뒤 내년 시즌을 대비해 뉴욕메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베니 애그바야니와 고미야마를 영입시키는 등 일본과 미국프로야구 선수이적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발렌타인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던 '지략가'로 언제든지 메이저리그 감독 복귀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의 이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승엽의 롯데행은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승엽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감독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더 알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이나 닛칸스포츠가 11일 "발렌타인 감독 루트를 사용한 메이저리그 도전"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주전 1루수 확보가 급선무**
하지만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면 까다로운 변화구에다 제구력을 갖춘 일본투수들에게 적응해야 한다.
지난 번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 야구예선전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일본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보다 타자를 속이는 공을 구사하는 데 능하며 철저한 데이터분석을 통한 상대타자의 아킬레스 건 공격에 장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이승엽이 한국의 홈런타자로서 각인되어 있어 시즌 초반부터 일본투수들의 집중견제가 예상된다. 또한 도쿄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지바 롯데 마린스 스타디움이 메이저리그급의 큰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승엽의 홈런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일본진출 초기에는 홈런을 노리는 무리한 스윙보다 중장거리 타자로서 타율관리에 좀더 신경 써 자신이 원하는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발렌타인 롯데 감독은 1루수엔 후쿠우라, 지명타자엔 이승엽을 기용하겠다는 종전 입장에서 이승엽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승엽과 후쿠우라의 1루수 경쟁구도를 시사하는 등 팀내 중심타자가 될 이승엽에 대해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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