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이상의 한나라당 중진의원 47명은 8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당명 개정을 포함한 한나라당의 전면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나이나 출신지역을 내세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천 기준은 당선가능성”**
이날 모임을 주도한 6선의원이자 총선 불출마선언을 했던 양정규 의원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공천 탈락자 수치를 정하거나 특정 지역을 놓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최병렬 대표의 ‘50% 물갈이’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양 의원은 “괜찮은 사람이 많으면 60%도 될 수 있고, 지금 있는 사람이 경쟁력 있으면 40%로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의원은 공천 기준에 대해서도 “연령, 의원선수, 특정 시기에 정치한 것 등이 공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공천 기준 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정계은퇴 들러리 서지는 않겠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 모임에서 이 모임이 양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물갈이 자진 동참’으로 비쳐지는 것을 적극 경계하는 등 물갈이 압박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신영국 의원은 “여기서는 불출마 선언하지 말고, 당 잘되라는 얘기만 하자”고 말했고, 유흥수 의원은 “방식을 좀 잘해야지”라며 양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이규택 의원도 양 의원에게 “당 개혁 말하자고 중진들 모이라고 한 것”이라며 이날 모임이 일부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계없음을 확실히 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자기 정계은퇴 선언하는데 우리를 왜부르냐”, “(양 의원의) 들러리를 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진들 사이에 당 개혁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모이게 된 것이지, 하루 이틀에 된 것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던 양 의원은 “오늘 모임은 당 및 정치개혁 논의를 위한 자리인 만큼 개인적인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모양이 좋지 않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중진들은 또 공천문제와 관련, 상향식 공천제의 골자는 유지하되 `선(先) 중앙당 심사-후(後) 국민경선'으로 하되 후유증 예방을 위해서는 공천을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는등, 상향식 경선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도 개혁세력**
한편 중진들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당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많은 중진의원들이 집중된 권력구조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예산심의가 끝나고 중요 법안이 끝나는 연말쯤에 시작해서 1월경에 깊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예고했다.
중진들은 또 “한나라당은 재창당 각오로 당명을 포함해 모든 부분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며 “중앙당을 3분의1 수준으로 슬림화하고 대표와 총무는 국회 내 사무실에서 사무를 수행해 원내정당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지구당 완전 폐지 ▲중앙당 및 시도지부 후원회 폐지 ▲정당연설회, 합동연설회 폐지 ▲공천결과에 불복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정치개혁 방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진들이 이날 ‘개혁방안’을 강조하고 나선 대목은 자신들을 반(反)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당 내 소장파를 겨냥한 ‘맞불’로 풀이된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개혁은 소장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메시지 이자 '다선의원 물갈이'에 완곡한 반발인 셈이다.
***소장파, “정형근 총선기획단장 되겠나”**
이같은 중진들의 물갈이 반발에 소장파들은 직접적 대응은 삼가면서도 인적쇄신 의지를 감추지는 않았다.
남경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역의원과 신인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현역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역의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판 여부가 공천 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개혁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는 바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당선가능성을 해석하는 시각이 다 다른데, 우리가 주장하는 바는 신선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중진들과 각을 세웠다.
남 의원은 중진 의원들의 모임에 대해서도 “이제 장외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소장파들은 또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형근 총선기획단장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남 의원은 “아직 확실치도 않은데 전제를 갖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설마 그렇게 되겠냐”고 일축했다.
오세훈 의원도 이에 대해“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는 얘기 같다”고 부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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