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를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시킨 독일출신 이라크 축구대표팀 감독 베른트 슈탕게가 “이라크에는 치안도 없고, 법과 질서도 없다. 나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현지상황을 전했다.
슈탕게 감독이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는 그의 말은 이라크 치안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단 1유로도 스포츠에 내놓지 않는 미국을 비판**
슈탕게 감독은 1일(현지시간) 독일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해진 지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탄 차의 운전사 손에 총알이 박히고 자동차 앞유리가 깨져 운전사는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에 있는 슈탕게 감독(전 동독 대표팀 감독)은 방탄용 트럭을 타고 집과 연습장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탕게 감독은 “코치들은 연습할 때 도난방지 목적으로 총을 항상 휴대하고 있으며 몇몇 선수들도 무장한 채 연습장에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이라크 축구나 다른 스포츠를 위해 재정지원을 해야한다”며 단 1유로의 돈도 스포츠에 내놓지 않고 있는 미국을 비난했다.
***이라크, 최악의 환경 딛고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
슈탕게 감독은 10월 28일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라크는 매주 5만여명이 축구장을 찾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강한 국가다. 때문에 미국과 FIFA는 최대한 빨리 이라크 축구팀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02년 이라크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슈탕게 감독은 사담 후세인과 사담의 아들이자 이라크 올림픽위원회 회장인 우다이와는 단 한차례도 만나지 않을 정도로 묵묵히 이라크 축구발전에만 힘써왔다.
슈탕게 감독은 이라크 전쟁 직전 이라크를 떠날 때 “정치가 이라크 축구선수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라는 결정밖에는 찾지 못한 것같아 실망했다”며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전쟁이 끝난 후 바그다드에 온 슈탕게 감독은 오폐수가 범람하는 축구장과 축구공을 비롯한 용품이 전혀 없는 참담한 상황을 보고 FIFA 등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등 ‘이라크 축구재건’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슈탕게의 노력으로 이라크는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해 후세인 시절보다 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축구’를 통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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