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인 현역 국군 장병이 휴가복귀를 거부하고 파병 반대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 군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현역 군인이 이라크 추가파병에 공식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다른 병사들에게도 파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현역장병 파병반대 농성, "파병철회 때까지 농성할 것"**
전라남도 장성에 위치한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운전병인 강철민(22. 이병)씨는 21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이라크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농성을 하겠다"고 밝히고 기독교회관 7층 인권위 사무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대구 가톨릭대 재학중 지난 7월 군에 입대해 4박5일짜리 1백일 위로휴가를 받아 처음 휴가를 나온 강 이병은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를 통해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까닭은 이등병인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라크 파병이라는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라며 "군인으로써 그러한 죽음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강 이병은 또 "대통령님께서도 군대에 갔다 오신지라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우리 군의 역할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라며 "자국의 군대가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 침략전쟁의 도구로 쓰여진다면 그것은 이등병인 제가 아니라 어느 누가 보아도 틀린 결정이라 생각됩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이병은 "어제는 가족들과 저의 생각을 얘기했는데 한 마디 한 마디 때마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파병결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가슴을 칠 것 같았습니다"라고 파병반대 농성 결심하게 된 과정의 고뇌를 편지에 담았다.
강 이병은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등의 인권단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21일은 휴가 마지막 날로 복귀하지 않고 농성을 지속하면 탈영병이 되게 된다.
군형법에 의하면 군무 기피 목적으로 부대 또는 직무를 이탈한 자는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현재 군 당국은 강 이병의 농성 장소가 종교기관이라 강제 연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강 이병은 "헌병이 연행할 경우 저항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강 이병이 발표한 편지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
강철민
대구 산골의 촌놈으로 태어나 산이고 들이고 동네 천지를 뛰어다니며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며 돌아다닌 저를 보시고 동네 어르신들이 욱수골 타잔이라 불러주셨습니다. 욱수골 타잔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별명입니다. 욱수골 타잔으로 불리던 제가 나이가 차서 어련히 가야한다는 군대라는 곳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나마 운전밖에 없어 운전병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여름의 길쭉한 태양과 걸쭉한 소낙비를 맞으며 군사 훈련을 끝내고 또한 운전훈련을 끝내고 전라도 장성에 있는 상무대라는 곳으로 자대를 배치 받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군대라는 곳에 입대한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까닭은 이등병인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라크 파병이라는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도 적지 않은 고민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우리 군대의 장교는 물론이고 사병들까지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인으로써 그러한 죽음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군대에 갔다 오신지라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우리 군의 역할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국의 군대가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 침략전쟁의 도구로 쓰여 진다면 그것은 이등병인 제가 아니라 어느 누가보아도 틀린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배우고 익혀야할 군인인 제가 이렇게 군에 관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님께 이야기 하는 것은 다시 한번 이라크 파병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자주국방의 원칙에 맞게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어제는 이러한 저의 생각을 가족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때마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병결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가슴을 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느껴지셨는지 나중에는 부모님도 저의 의견에 더 이상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 저의 동생의 말 한마디가 저에게 많은 힘이 되주었습니다. 저는 참 불효자입니다.
저는 이라크전쟁 파병을 반대합니다.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분들 도한 저와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아직 군 생활이 많이 남은 한국군의 일원으로써 침략전쟁인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이러한 상황이 파병철회로 바뀔 때까지 수없이 고민한 농성을 시작할까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1981. 11. 22 대구출생
대구카톨릭대학교 철학과 00학번
전라남도 장성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운전병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