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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그래서 '정통성 시비' 끝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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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그래서 '정통성 시비' 끝냈나?

[편집국에서]<6> 3자회담 파국, 박근혜 정부의 불길한 앞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은 나라에서 권력의 정통성은 반칙 없는 선거에 뿌리를 둔다. 정통성이 취약하면 지지율이 하늘을 찔러도 권력 운용에 제한을 받는다. 정치는 명분을 근거로 지향을 설파하고 정책을 펼치는 과정이다. 5년 권력의 기초공사 시기라고 할 만한 임기 초엔 그래서 늘 정통성 시비가 붙는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은 '김대업 병풍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BBK 주가조작 의혹'이 여진을 일으켰다. 그 의혹들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떠나 새 정부와의 허니문이라는 정치 관행을 대신한 패자들의 문제제기는 사법적 판단에 앞서 대중들의 피곤함이 먼저 극복해갔다. 스스로 목 놓아 부르짖지 않아도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는 국민들이 알아서 가렸다.

이번에도 그런 과정인 줄 알았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은 그것이 미친 영향을 정량화할 수 없는 까닭에 박근혜 정부 출생의 비밀로까지 비약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법의 영역에서 혹은 대중들의 상식 범위에서 가릴 것을 가리면 저자에서 들려오는 '박근혜 하야' 목소리도 잦아들 게 엄연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저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였다. 3자 회담의 파국은 그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앞날에 불길한 전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7개항을 요구했다. 그 중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사과 및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관련한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책임 추궁은 하나의 줄거리로 얽힌 문제다. 요약하면 이렇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 그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물타기했다. 나아가 대선 개입 주역들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검찰총장을 쫓아냈다. 그것도 법무부장관을 앞세우고 특정 신문과 짬짜미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비열한 방식을 썼다. 박근혜 정부 임기 초 6개월을 휘몰아쳐온 일련의 사건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를 덮어보려는 정권의 무리수가 엎치고 겹쳐 덩치를 키운 일들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어느 하나 수긍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도움 받은 게 없다"고 했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는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로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축출 파문에 대해선 "지금 인터넷을 보라. 난리가 났다"고 채 총장의 도덕성 문제로 치환하는가 하면 "법무장관이 진상을 조사하는 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두둔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 뇌리에선 이 중 무엇 하나 잘못을 시인하는 순간 정통성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거다.

잘못된 발상과 접근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대선 '활약상'을 정말 몰랐다 하더라도 지난 정부의 일이지만 국민적 심려를 끼친 점에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의 아량은 보였어야 했다. 자신이 대선 개입을 지시한 게 아니라면 검찰총장을 찍어낼 게 아니라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힘을 싣고 법적 판단을 당당하게 기다리는 게 옳았다. 차제에 정보기관의 정치 불개입이 제도화되도록 할 요량이면 야당의 국정원 개혁 방안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정통성 시비를 제압하고 민생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박 대통령이 스스로 걷어 찬 꼴이다.

민주당은 원내에 디딘 한쪽 발마저 장외로 옮길 태세다. 정기국회는 보나마나 파행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패자들의 몽니로 봤던 사람들 눈에도 정치의 공간에서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박 대통령의 독선이 차츰 선명해질 것이다. 검찰 조직에서 신망이 꽤 있는 채동욱 총장을 꺾어버린 후폭풍은 그 뒤에 도사린 '육법당 후예'들의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게 돼 있다.

무엇보다, 18년 통치기간 내내 정통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철권을 휘둘렀던 박정희 시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트라우마를 봐야 할 일이 암울하다. 아버지의 세계에 갇힌 자식에게 아버지에 대한 극복을 기대한 건 애당초 무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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