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지시했던 '이라크 추가파병 가이드라인'을 13일 공개했다.
***"추가 파병규모는 3천명 넘지 않도록"**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최근 언론보도에 파병관련 정부 방침이 모호하다는 비판과 각종 추측성 보도가 난무해 대강의 정부 방침을 밝힌다"며 "노 대통령은 이라크 추가파병 관련해 대미협의와 현지 조사단 보고를 바탕으로 11월 11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지침을 관련부처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윤대변인이 밝힌 지침에 따르면, 노대통령은 "추가 파병규모는 3천명이 넘지 않도록 하며 기능중심과 독자적 지역담당의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검토하되, 국방부가 주장하고 있는 독자적 지역담당의 경우도 재건 지원을 중심으로 할 것"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독자적 지역담당의 경우라도 치안은 이라크 현지경찰과 군이 담당하되 한국군은 이를 양성.지도하는 방안으로 검토하라"고 말했다고 윤대변인은 전했다.
노대통령은 "이는 대미협의단의 보고를 바탕으로하되 일정하게 유연성을 살린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결정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대변인은 전했다.
***차영구 명령계통 위반 혐의 짙어져**
이같은 청와대의 지난 11일 오전 있었던 노대통령 주재 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 공개에 따라 지난 11일 오후 있었던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의 기습적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차영구 정책실장은 11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갖고 "기본적으로 파견 부대의 성격을 전투병과 비전투병으로 이분하는 것은 실제 현지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전제한 뒤 "공병이나 의무병 등 이른바 기능 부대가 파병될 경우 결국 다른 다국적군의 지휘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될 경우 우리군은 이라크 재건이라는 국제적인 사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대의명분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병사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지키기 힘들게 된다"며 "따라서 어떤 특정 기능만을 하는 기능부대가 아니라 안정화 작업부터 재건작업까지를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합부대가 파견돼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라크 파병시 최소한 전투병과 비전투병이 혼재된 '혼성부대'가 돼야 하며, 파병규모도 다국적군 지휘를 받지 않을 '대규모'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고, 이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차실장은 다음날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차실장을 '명령계통 위반' 혐의로 즉각 경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탈리아 벤치마킹한 게 아닌가?**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대통령의 '이라크 추가파병 가인드라인'이 이탈리아를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천3백여명의 군을 이라크 남부 나시디야에 파병한 뒤, 주로 이라크 경찰 양성-지도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치마킹 모델격인 이탈리아도 12일(현지시간)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이탈리아 군인 등 2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 당하는 대참사를 겪어, 과연 이탈리아형 파병을 한다 할지라도 한국군이 현지 무장세력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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