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쟁위원회가 유럽연합의 회계규정에 어긋나는 이탈리아의 ‘축구구명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AC 밀란의 소유주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축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논란이 된 이탈리아 ‘축구구명법’ **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탈리아 축구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2003년 2월 생겨난 ‘축구구명법’은 이탈리아 축구팀에게 회계상의 특혜를 주는 법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축구팀이 한 선수를 1백만유로에 영입한 후 다른 팀에게 50만유로에 팔 경우 발생한 손실을 10년에 나누어 처리하는 것이 ‘축구구명법’의 핵심내용이다.
'축구구명법'은 특히 인터밀란, AC밀란, AS로마, 라치오 등의 이탈리아 명문클럽들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 줬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축구열강들은 이탈리아 축구팀이 2002~2003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 3팀이나 진출하며 유럽무대에서 다시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축구구명법'효과가 한 몫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EU는 선수이적과 관련해 발생한 이탈리아 구단의 손실은 즉시 재무제표상에 기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리오 몬티 EU 경쟁위원회 커미셔너는 이탈리아 축구팀에게 특혜를 주는 '축구구명법'이 유럽연합의 회계규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팀에게 불공정한 이익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축구의 경제를 주제로 책을 발간한 바 있는 마르코 비탈레도 11일 뉴욕타임즈를 통해 “축구구명법은 명백하게 EU의 법규를 위반한 것이며 법률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축구구명법’ 금지되면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파산위험**
EU가 ‘축구구명법’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이탈리아 축구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에서 만약 '축구구명법'이 금지되면 이탈리아 축구팀들이 약 10억유로 가량의 손해로 파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볼로냐 대학 법학과 교수 루카 엔리케도 “‘축구구명법’이 없으면 이탈리아의 대다수 축구팀들은 막대한 손실을 즉시 장부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구단주가 팀의 자본구성을 재편하거나 팀을 정리할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을 했다.
한편 '축구구명법'의 혜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AC밀란의 사장이자 이탈리아 축구리그 회장인 아드리아노 갈리아니는 "우리는 스스로 ‘축구구명법’을 지켜낼 것이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이탈리아 정부도 EU조사에 촉각**
이탈리아 국무부 차관 마리오 페스칸테도 EU의 ‘축구구명법’ 조사가 가시화된 지난 주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EU의 축구구명법 금지는 이탈리아 축구에겐 치명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행 축구구명법에서 구단의 손실을 나누는 기간인 10년을 5년으로 단축시킬 수도 있다”고 EU와의 협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AC 밀란을 소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EU의 ‘축구구명법’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정적들이 이탈리아의 권력, 언론, 스포츠까지 주무르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를 공격하는 무기로 축구를 자주 사용하는 상황에서 ‘축구구명법’도 결국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AC밀란을 위해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EU 경쟁위원회의 커미셔너 마리오 몬티가 주도하는 이탈리아 ‘축구구명법’ 조사는 베를루스코니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여타 유럽국가들도 자국 프로축구팀을 위해 지방정부의 현금지원 등 교묘한 방법을 사용해왔지만 EU로부터 특별한 조사나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축구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축구구명법’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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