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일 '이라크 비전투병 3천여명 파병설'에 대해 "대통령도 모르는 파병규모를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유감"이라며 "국제 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보도돼서는 안 된다"고 부인했다.
***노, "세계 석유질서 전망도 고려사항중 하나"**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과 조찬을 가진 자리에서 파병과 관련 "한미관계는 중요하다"며 "세계 석유질서 전망도 고려사항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미관계는 경제적 전망과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어쨌든 우리 정부의 파병 방침이 결정된 뒤 미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줬다"며 '한미관계'가 중요한 고려사항임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파병 관련 전후 복구 참여 얘기를 하는데 경제적 이익 추량은 쉽지 않다"며 "어쨌든 파병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국면에서 지지자의 절반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파병을 발표했다"며 "적어도 파병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해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존중할 것이며, 방침이 결정되면 단호하게 설득하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여러 안 놓고 미국측과 협의"**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라종일 청와대 안보보좌관도 이날 '미국과 협의'를 강조했다.
문 실장은 이날 조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전투병 파병설'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거 없다. 이제부터 여러 안을 놓고 미국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비전투병 파병도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라 보좌관은 '비전투병 파병설'에 대해 "좁은 안목"이라고 전제, "전투병과 비전투병 파병을 좁게 봐서는 안 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라크가 한국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을 갖도록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라 보좌관은 또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한 정부 파병협의단이 파병에 관한 정부의 기본안을 갖고 갔냐'고 묻자 "현지의 정보가 중요하다. (미국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병협의단의 역할에 대해 "1차적으로 협의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역할, 정보를 챙겨보고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라를 건설할 수 있도록, 이라크와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갑 "청와대.NSC 일부 인사 경질하고 파병 결정 국방부에 맡겨야"**
이날 조찬에 참석한 의원들 중 파병 자체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나라당은 자체 방어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전투병 위주 파병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표적 파병론자인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가장 강력히 '비전투병 파병'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추가 파병에 대해 시민단체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여당이 앞장서 반대하고 청와대나 NSC 등 정부에서 혼란이 있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며 유인태 정무수석,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 전투병 파병에 부정적 입장으로 알려진 참모들의 경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 전투병 파병시 사표를 내겠다는 참모들이 있다고 해 조사를 해보니 사실이 아니다. 걱정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내부의 다양한 의견이나 찬반 양론이 있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김 의원은 또 "2차 파병은 주둔지역의 치안 유지와 재건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합당한 부대 편성을 할 수 있게 국방부에 맡겨야 한다"고 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김 의원은 조찬에 앞서 라종일 보좌관 등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파병문제) 코드가 한국하고 미국하고 맞지 않다. 공병은 아무 할일이 없다. (이라크) 복구할 게 없다. 파괴된 게 없으니까. 이라크 건물은 (정부의) 복구 계획에 따라 하는데 (한국) 야전 공병이 갓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승수 한나라당 의원은 "파병의 목적은 국익신장, 한미관계 등"이라며 "파병은 이라크 중부보다 남부나 북부가 유리하다"며 파병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도 "한.미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국도 이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이라크 파병은 이를 위한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파병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가는 것이므로 미국이 무엇을 바라는지 의견을 듣고 협상해야 한다"며 "전쟁은 끝났다.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논란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부영 "정신적 여당은 파병 반대 안 해"**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파병을 여당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정신적 여당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의료, 공병과 안정보장을 위한 경비부대 등 혼성부대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철 우리당 의원도 "전쟁 시작과 수행의 정당성은 의구심이 갈 수도 있지만 전쟁 수습의 정당성은 다르다"면서 "유엔 결의 등 정당성이 있다"며 파병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상천 민주당 의원은 "파병은 대체로 비전투병 파병 여론이 다수"라면서 "치안 유지 목적의 파병은 가급적 보내지 않아야 한다. 재건, 의료 봉사 목적의 파병을 하되 자체 방어능력을 갖춘 부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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