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이후 처음으로 한신 타이거스가 일본시리즈에 올라 일본열도를 후끈 달궜던 2003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한신 타이거스가 다이에 호크스에게 2대6으로 패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밤비노의 저주’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염소의 저주’를 안고 있는 시카고 컵스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스도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를 풀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그늘에 가려 온 한신을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위세에 눌려 온 보스턴 레드삭스에 비유하며 일본시리즈에서 한신 타이거스가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를 풀지 못한 사실을 흥미롭게 보도했다.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는 1985년 한신타이거스가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 생겨났다. 한신의 광적인 팬들은 도톤보리 강으로 뛰어들며 한신의 리그 우승을 축하했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점 앞에 서 있는 샌더스 대령의 모형을 훔쳐 도톤보리 강에 던지기까지 했다. 같은 해 한신 타이거스는 세이부 라이온즈를 꺾고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리그 하위권에서 맴돌아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한신팬들은 한신이 이미 7월부터 센트럴리그 우승 가시권에 들어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가 깨질 것으로 희망했으며 내각의 관료들과 심지어 고이즈미 수상까지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경제회생을 위해 한신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기원했다.
특히 정부는 올해 ‘켄터키 프라이드의 저주’가 탄생한 도톤보리 강 정화작업에 착수했고 이 지역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점은 샌더스 대령의 모형을 가게 안에다 모셔 놓는 등 ‘켄터키 프라이드 저주’를 쫓기 위한 노력까지 했다.
또한 오사카 시장과 경찰당국은 일본시리즈 동안 한신 팬들에게 도톤보리 강으로 뛰어드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례적으로‘기온이 낮아 강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성명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안티교징의 상징 호시노 감독의 쓸쓸한 퇴장**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신 타이거스는 왕정치 감독이 이끄는 다이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이에는 선발투수 와다의 호투와 포수 조지마 겐지의 홈런 두방을 앞세워 정규시즌에서 야구열풍을 일으킨 한신 타이거스를 따돌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아베와 함께 일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조지마 겐지는 공,수에 걸쳐 인상적인 플레이로 후쿠오카 돔을 찾은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일본시리즈를 끝으로 건강문제를 들어 은퇴를 선언한 한신의 호시노 감독은 “4년전 다이에와 맞붙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강했다”고 다이에를 높게 평가하며 “오늘은 쉽게 잠들 수 있을 것같다”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호시노 감독은 9회초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히로자와 가쓰미(41세)가 자신의 생애 마지막 타석에서 1점 홈런을 때려내자 그를 환영했지만 승부의 향방을 이미 예측한 듯 그의 미소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선수시절부터 철저한 '안티 교징'(요미우리자이언츠를 증오하는 사람들)의식으로 특히 한신팬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호시노 감독은 27일 패배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이끈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에게 또다시 일본시리즈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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