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오만에서 펼쳐진 아시안컵 2차예선 E조 2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0대1로 베트남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코엘류호에 대한 언론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비록 베트남이 FIFA(국제축구연맹)랭킹 98위의 약체팀이라는 점과 그동안 코엘류호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골 결정력 부재’가 되풀이 됐다는 점에서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안컵 예선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코엘류호 흔들기'보다는 베트남전 패배를 하나의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베트남에게도 공은 둥글다**
중앙선을 거의 넘지 않고 수비에만 치중했던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가 몇 수 아래여서 기회가 오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팀은 두 번이나 골 포스트를 맞추는 등 골운이 전혀 따르지 않아 마치 권투경기에서 상대방을 무차별 가격하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먼저 지치는 것과 같은 형태로 돌변했고 오히려 후반 29분 베트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두터운 수비진을 짜고 역습을 노렸던 베트남의 결승골은 1970년대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자주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말레이지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수비라인의 조직력과 골 결정력 부재가 베트남전 패배의 원인이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해이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대표팀은 국제대회마다 축구강호와 격돌하면 늘 강조해왔던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의 진리를 베트남과의 경기에서는 우리가 강팀이어서 그런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당시 세계최강 헝가리를 물리치고 2차대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서독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 셉 헤어버거 감독은 이변이 난무하는 축구경기를 빗대 ‘공은 둥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이후 ‘공은 둥글다’라는 말은 축구경기에서 약체팀이 강팀을 꺾을 때마다 등장하는 표현이 됐고 모든 축구인들이 경기에 앞서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경구로 자리매김했지만 베트남과의 경기에 임했던 한국팀은 그렇지 않았다.결국 경기운영 등 전술적인 문제점보다 상대방을 얕잡아 보고 쉽게 경기장에 나섰던 한국팀의 안이한 태도가 실패를 부른 것이다.
***코엘류호는 '비상체제'로 출범한 히딩크호와는 다르다**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해야 하는 ‘비상체제’로 출범한 히딩크호와는 달리 코엘류호는 ‘상시체제’여서 대표팀과 코칭스태프의 동기부여가 적었으며 더욱이 히딩크가 지휘봉을 잡은 한국이 월드컵 4강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했기 때문에 후임감독인 코엘류에게 많은 부담감이 지워진 것도 사실이다. 2004년 중국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 본선에 초점을 두고 손발을 맞춰가고 있는 코엘류호를 히딩크호와 같은 각도에서 바라볼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한국팀은 오는 22일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갖고 있는, 만만치 않은 상대 오만과 경기를 펼친다. 한국팀은 해외파들이 다수 빠져 있어 최상의 전력이 아니지만 베트남전 패배의 충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선 오만과의 일전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팀으로서는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실종됐던 정신력을 재무장해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내용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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