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 파병 찬성론을 주장하는 재향군인회와 파병 반대론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및 종교계 인사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졌다. 16일 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후 파병 여부 결정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두 간담회에서 다소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파병논의는 지금까지 가볍게 해왔다. 파병 문제에 대해 언론에 나는 것은 부정확한 것이 많다"고 말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19일 입장 발표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盧,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 갖고 파병문제 본격 논의"**
노 대통령은 이날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우선 "정부가 이미 파병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참석자들의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파병 논의는 지금까지 가볍게 해왔고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내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내일 오전 9시 열릴 예정이다.
정부가 파병 결정의 주요 변수로 지적해왔던 유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그간 '신중한 검토'만을 강조하던 노 대통령이 "본격적 논의"라고 밝힌 만큼 정부의 파병 여부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오는 20일 있을 한미간 정상회담 준비 차 귀국한 한승주 주미대사 등 APEC 관련 실무자들과 함께 정상회담에 앞서 마지막 점검회의를 갖고,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테러 표적되는 게 가장 우려"**
노 대통령은 또 "파병을 한다고 해 석유자원이나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파병 안 했을 경우에 대한 시장의 막연한 공포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실제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 테러의 표적이 되는 것"이라며 파병과 관련된 다소 부정적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의 파병 압력에 대해 "간접적으로는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고, 나 자신은 미국보다 국내로부터 느끼는 압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전투병 파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이라크 현지 2차 조사단 파견 및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통한 파병 여부 결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오는 2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전투병 파병과 관련된 어떤 입장도 내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투병을 파견해 전사자가 생기면 반전운동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적 불안이 생겨 이야말로 투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화 목사는 "유엔 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국적군의 일원으로는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이라크 정부와 국민이 원한다면 파병 하겠다는 화두를 국제사회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택 스님은 "6.25의 빚은 월남전으로 갚았다"면서 "지금 고엽제의 후유증을 겪듯이 열화우라늄탄의 후유증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2차 조사단 파견과 APEC 정상회담과 관련된 이들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았다고 시민단체 측은 밝혔다.
***"국내 정치 입지 갖고 파병 시기ㆍ규모 발표하지 않을 것"**
노 대통령은 앞서 재향군인회 임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는 "파병 문제는 민감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파병의 시기와 성격, 규모는 물론 이것을 말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가장 국가위신이 높아지고 국가이익도 최대한 높아지고 커지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에 맞춰 잘 해나갈 것"이라고 다소 전향적 태도를 표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정치하는 사람인만큼 주변 정치적 상황들을 내놓고 미국과 흥정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제 개인적으로 국내 정치 입지를 갖고 파병 시기나 규모를 발표하지 않겠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개인적 이해관계를 추호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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