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재신임이 아니라 탄핵 대상"이라 주장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연내 재신임 국민투표'를 주장하다가 여론 조사 결과 재신임 가능성이 높게 나오자 '최도술씨 사건 조사 후 국민투표'로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도대체 진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여론조사 결과'재신임'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이날 참여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난이 주 내용인 최 대표 연설에 비교적 여유있는 자세로 대응했다.
한편 민주당은 측근 비리 지적엔 공감하면서도 탄핵론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반면, 통합신당은 "당리당략과 정치공세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병완 수석 "최 대표 참으로 담대하고 당당한 분"**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14일 기자실을 찾아 안기부 자금 불법 유용 사건, SK 비자금 사건 등 한나라당이 연루된 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최 대표가 참 담대하고 당당한 것 같아 놀랬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 수석은 "1천억 가까운 안기부 자금에 대한 횡령행위에 대해 유죄를 받았고, 소속의원이 SK 비자금 1백억원을 현찰로 수수한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고, 그 의원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그 당의 대표께서 국민들에게 비리를 성토하신 것에 대해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1당 대표께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꺼넘기고 있는 걸 보면 최 대표가 5.6공 당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게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그는 최 대표가 "특검 후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한 것에 대해 "최근 SK 수사와 관련 검찰 중수부장이 이 정권의 최고 실세라며 극찬하던 분이 이제 와서 검찰을 못 믿겠다며 특검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 대통령께서 재신임을 선언하자마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분이 이제 와서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또 최 대표의 '총체적 위기' 진단에 대해 "주가가 780선으로 올랐고, 수출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등 몇 가지 대표적 지표만 봐도 이 나라가 총체적 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상식적인 국민은 다 안다"고 반박했다.
이 수석은 특히 최 대표가 '측근비리 연루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무슨 탄핵인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한 뒤, 입장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가치없는 것에 대해선 오늘 아무 말도 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태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결단은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정략적 판단에 의한 게 아니라, 대통령직을 걸고 내린 순수한 결단"이라며 "이를 폄하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 盧 측근비리 지적은 공감, 탄핵론은 부정**
최병렬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민주당은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탄핵론에는 대체로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가 국가안위에 대한 걱정 등 문제의 지적에 공감할 부분이 많다"며 "특히 대통령 측근 비리의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최 대표의 연설은 국민감정에 밀착했기 때문에 호응을 받을 것 같다"며 "국정혼란의 원인을 노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진단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재환 의원도 "최 대표가 정부의 총체적 비리와 동맥경화에 걸린 한국경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고 말했고, 이협 박주선 의원 등도 "대통령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시각은 국민 모두의 시각"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탄핵론'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가 우세했다.
김영환 의장은 "탄핵 주장은 원론적인 것이지만 최도술씨 비리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발언인 것 같다"며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비판에만 시간을 할애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화갑 전 대표도 "탄핵 발언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가세했고, 심재권 의원는 "재신임과 탄핵 발언 모두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당리당략과 정치공세의 극치"**
통합신당은 "원내 제1당의 대표 연설로는 기대이하"라고 혹평했다.
김영춘 원내부대표는 "대통령 흡집내기에 급급해서 거대 야당 대표로서의 품위를 상실한 연설"이라며 "공당의 대표로서의 분별력을 의심케 하는 당리당략과 정치공세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최돈웅 의원의 1백억 불법 수수의혹에 대해 국민앞에 고백, 사죄해야 한다"며 "구차한 구실이나 조건 없이 국민투표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제안한 연내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반대론을 보인데 대해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노무현 정부 흔들기에 급급한 소인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략적 야합을 할 경우 국민들에게 청산돼야 할 부패정치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내년 총선에서 정략적인 야합세력과 정치개혁 세력의 대결로 단순화시켜 신당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평수 공보실장도 "검찰이 수사중인 측근비리 사건을 두고 검찰 수사의 미진을 예단하면서 특검, 탄핵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 검찰'로 자리잡고 있는 검찰을 '야당의 검찰'로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최도술씨가 낡은 정치세력을 살려줄 무슨 도술이라도 부려주길 바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정치개혁의 대도로 나서야한다"며 "당리당략에 집착한 국정발목잡기보다 국익을 위한 대승적인 국정협조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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