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작되는 2003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 삼성과 SK의 경기를 놓고 ‘힘의 야구’와 ‘짠물야구’의 격돌이라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삼성은 팀 홈런 213개로 역대 한시즌 팀 홈런기록을 갈아치운 장타군단이며 SK는 127개의 희생타가 증명하듯 득점기회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팀이기 때문이다.
***SK-삼성 마운드, 계투작전으로 1차전부터 총력전**
56호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과 함께 삼성타자들의 장타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는 준 플레이오프에서 SK 조범현 감독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SK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삼성의 예봉을 피해나가기 위해 데이터분석에 입각한 계투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범현 감독이 가장 믿고 있는 카드는 SK의 좌완투수 라인. 삼성의 클린업 트리오에게 강점을 보여 1차전 선발로 기용된 김영수,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승부처에 출격할 것으로 보이는 이승호, 원 포인트 릴리프로서 활용가치가 있는 김정수 등이 바로 그들이다.
야구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두둑한 배짱과 빠른 공을 지닌 이승호의 활약여부가 전체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7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후 재활훈련을 받았던 이승호는 최근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 1차전부터 승기를 잡으면 곧바로 투입될 예정이다.
투수운용에 있어 삼성은 SK와 비슷하다. 삼성은 1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임창용을 전병호로 교체하고 SK와 같이 계투작전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은 전병호에게 3회정도를 맡기고 이후에는 2차전 선발투수로 유력한 배영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를 불펜에 대기시키며 1차전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장타력에 SK는 치밀한 작전야구로 맞설 듯**
경기장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꿀 수 있는 ‘홈런포’를 갖춘 삼성타선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그 위력을 보일 수 있는 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고대하던 이승엽의 56호 홈런이 터져 한 시름 놓은 분위기지만 최근 4번타자 마해영의 부진과 함께 타선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팀 배팅을 통한 진루타나 희생타로 얻는 득점대신 장타를 통한 손쉬운 득점 비중이 너무 높아 1점의 가치가 그 어느때보다 큰 단기전 승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의 조범현 감독도 이 점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삼성타자들과 강,약의 리듬을 살리는 변칙승부를 하고 공격시 기회가 왔을 때는 철저한 팀 배팅으로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상대를 압박하는 경기운영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이 낮 경기로 펼쳐지는 만큼 경기초반 타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과 SK의 경기는 의외로 투수전의 양상을 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경기 후반부 선발투수보다 더욱 비중이 큰 구원투수들이 투입되는 시기가 오히려 승부처가 될 것이다.
감독데뷔부터 꼼꼼한 ‘데이터야구’로 전 LG 트윈스 김성근 감독의 판박이라는 말을 들었던 조범현 SK 감독과 해태와 삼성을 거치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낸 승부사 김응룡 감독간의 수 싸움은 준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불꽃 튀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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