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발언', '교사 비하 발언' 등 연일 '설화'를 불러 일으켜온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이 2일 전격 경질됐다. 지난달 19일 허성관 전 장관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차관에서 승진. 발탁된 지 정확히 2주만의 일이다.
"장관을 임명하면 최소한 2년은 함께 하겠다"던 노무현 정부로서는 또 한차례의 큰 타격이다.
***청와대, "고건 총리 건의해 경질"**
노 대통령은 고건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 최근 물의를 일으킨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을 2일자로 경질키로 하고 후임인선에 착수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새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는 김영남 차관이 직무를 대행한다.
윤 대변인은 "경질 건의는 국무회의가 끝나고 고건 총리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질 이유는 최근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고건 총리의 건의를 받고 이날 낮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불러 이 문제를 상의한 뒤 최 장관을 경질키로 결정하고 후임 인선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장관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에 이어 참여정부 들어 세 번째로 중도하차 하는 장관이 됐다.
***"최 장관 2일 국무회의 행자장관 통보 받고 불참"**
최 장관의 경질은 그가 이날 임시국무회의에 갑자기 불참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이날 국무회의는 태풍 '매미' 피해 복구를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해 소집된 것으로, 해수부 장관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긴급회의'를 이유로 김영남 해수부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이어 이날 해수부를 통해 최 장관의 불참이 '청와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자 최 장관의 조기사퇴론이 불거져 나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국무회의 전날 저녁 참석자 명단이 나오는데, 최 장관의 경우 전날 저녁까지도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국무회의 시작 10분 전에 행정자치부 국무회의 담당계장에게 불참 의사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오전 해수부에서 차관 및 1급 공무원들과 티타임을 갖던 도중 전화를 받고 김 차관에게 국무회의에 대신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 장관에게 전화한 사람은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라며 '청와대 지시설'을 부인했다.
이와관련, 허성관 행자부장관은 "괜히 참석할 경우 사진 찍혀서 다시 문제가 될 것 같아 아침 8시쯤 전화했다"며 국무회의 불참을 지시한 것을 시인했다. 허 장관은 그러나 "청와대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날 오전 현안 점검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최 장관의 '교사 비하' 발언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최 장관, 2주새 4차례 설화**
'오페라 발언' 등 '과잉 충성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 장관은 1일 한국교원대에서 교장자격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특강 도중 "초중고 12년 동안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명도 없다"는 등 교사비하 발언을 해 교원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한국교총은 2일 오후 해수부를 항의방문, 공개 사과와 함께 즉각 사퇴를 촉구했으며, 전국 초중고교 교장연합회도 최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장관으로서 공식석상에서는 할 수 없는 경솔한 언행이었다"며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비난했다.
최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튀는 공무원, 설치는 공무원'이란 주제의 예비공무원 대상 특강을 통해 "왜 우리는 대통령이 태풍 때 오페라를 보면 안 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며 "이런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었다. 그는 또 노대통령을 "내가 만나본 가운데 가장 훌륭한 분"이라고 아부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말미에는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무위원들이 몸으로 막아야 할 것 아니냐"는 충성발언을 해 국무위원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날 목포 해양대 초청 특강에서 "기자들이 있으면 말 못하겠다"며 기자들이 퇴장해야만 강의를 진행하겠다고 고집하는 등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낙정 장관의 경질은 청와대 인선의 맹점을 또 한차례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후 고립무원의 어려운 처지에 처한 노무현 정부에게 또하나의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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