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가 2일 이라크 추가 파병여부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신중히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파병 찬성론을 앞장서 주장하던 각료들이 이날 일제히 입조심을 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결정해놓고 여론몰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론의 의혹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다.
윤영관 외교장관도 "파병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진표 "경제만 생각할 수 없고 종합적 고려해야"**
지난달 29일 각료들 가운데 제일 먼저 "신속히 파병해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폈던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경제를 고려해 파병 하는 쪽으로 결론나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소신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해야 한다. 지난번엔 확대 해석됐던 것 같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면만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으나,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뒷걸음질쳤다.
김 부총리는 그러나 파병 찬성론을 편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경제 수장으로서 경제만을 고려했을 때 이라크 진출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것이고, 이 생각엔 변함없다"며 파병 찬성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 시기와 관련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던 윤영관 외교장관도 이날 '정부가 파병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방향성을 갖고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며 파장 확산을 막으려 했다.
국무위원들이 이처럼 입을 모아 '파병 신중론'을 밝힌 것은 김 부총리, 한승주 주미대사 등 정부 고위관료들의 파병 찬성 발언과 관련 "정부가 이미 파병을 결정하고 여론몰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 대통령이 파병과 관련해 '신중한 결정'을 강조하며, 각 부처 장관들이 정부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 함구할 것으로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부총리, 윤영관 외교장관, 조영길 국방장관, 한승주 주미대사에 이어 정세현 통일장관 등 외교.국방.경제 부처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파병 찬성 발언을 한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비서실은 노 대통령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각료들의 파병관련 부적절 발언'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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