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측 인사들을 모아 놓고 이라크 파병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미 장병은 지구촌 곳곳서 함께 활동중, 미 도움 갚을 수 있을 것"**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서로 돕는다고 하지만 지난 50년간 한국이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은 한국민이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평화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던 많은 도움에 대해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는 물론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우리 두 나라는 세계평화의 한 축을 맡아왔다. 한미동맹은 다른 어떤 동맹관계보다 긴밀하고 모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6.25 전쟁에서 함께 피땀 흘려 싸운 미군 장병들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6.25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은 이제 세계12위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평와와 인류번영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한 뒤 "우리 두 나라 장병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이런 성장에 미국 시민 여러분은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50년이면 강산이 다섯번은 변했을, 참으로 긴 세월 동안 한미동맹관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영길-김진표-노대통령의 29일 '연쇄 파병발언'**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저녁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대사 및 주한미군 고위 장성 등과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나와, 노대통령이 이라크 추가 파병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대통령이 "우리 두 나라 장병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평화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받았던 많은 도움에 대해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사실상의 이라크 파병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미국측에서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 및 주한 미국 교환교수들이, 한국측에서 윤영관 외교장관, 조영길 국방장관,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과 한미 유관단체 관계자 등 1백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조영길 국방장관 등 일부 부처 장관이 파병 찬성 주장을 펼치면서 정부가 이미 파병 찬성을 결정한 뒤 여론몰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파병과 관련한 언급은 아니다"며 부인했고, 청와대내 '파병 불가피론'자로 유명한 김희상 국방보좌관도 "미군측의 인사말에 대한 화답"이라며 파병과의 연계성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는 조영길 국방장관-김진표 경제부총리-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진 '29일의 일련의 파병 찬성 및 파병 시사' 발언을 결코 사전협의없는 우발적 형태의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파병요청 규모 일부 축소**
한편 이라크 파병과 관련, 한.미.일 정책협의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중인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국에 3천~5천명 규모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요청한 부대는 해병대가 아닌 보병" 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이는 당초 미국측이 요구됐던 최소한 '5천명의 해병대' 요구에서 일부 후퇴한 것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과정에 파병 규모를 일부 축소하고 파병 병력의 성격을 조정하는 쪽으로 절충안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롤리스는 또 "주한미군 재배치와 이라크 파병을 연계해서 추진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밝힌대로 주한미군 재배치는 중장기 문제이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과 연계 지을 필요가 없다"고 부인했으며, 파병 결정 시한과 관련해서도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데드라인(시한)은 없다. 이라크 파병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해 '미국의 외압설'을 부담스러워 하는듯한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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