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이 25일 광주에서 벌인 기아와의 경기에서 55호 홈런을 마크하며 국내신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의 홈런은 홈팀인 기아가 1대0으로 앞서가던 6회초에 터진 역전홈런이었지만 광주구장을 찾은 팬들은 과거 해태, 삼성 경기때 나타났던 영호남 라이벌의식은 접어둔 채 기립박수를 보내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축하해줬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삼성구단,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승엽과 기아팬들에 대한 수 많은 찬사의 글을 올렸다.
<사진> 이승엽
***광주야구팬들 홈런기록이 바뀌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국내프로야구 한 시즌 홈런기록(1999년 54개)을 바꾼 이승엽의 55호 홈런에 삼성과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고 있는 기아팬들이 보여 준 기립박수는 기대이상으로 뜨거웠다. 그동안 삼성과 기아(과거 해태)는 더없이 치열한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아의 떠오르는 에이스 투수 김진우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승엽의 2점포는 삼성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기아에게 찬물을 끼얹는 홈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55호 홈런에 박수갈채를 보내 준 기아팬들의 모습은 남달라 보였다.
<사진>광주구장 관중석
sweetjoy36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26일 이승엽 선수 홈페이지에 "승엽선수의 홈런도 좋았지만 정면승부 해 준 김진우 선수, 그리고 비록 적군이지만 '이승엽'을 연호해 준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정말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습니다"라며 기아팬들에게 감사하는 글을 올렸다.
lion36 ID의 네티즌도 "광주팬들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타팀 자기네팀 가르기보다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듯 보였다"고 언급했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에 계리사라는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저는 기아팬이지만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펑펑 날려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저는 기아팬이기 먼저 야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광적인 팬입니다. 근데 요즘 프로야구 관중이 점점 줄어들고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이승엽 선수의 홈런 신기록의 열기로 조금이나마 관중도 늘고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아진것을 보니까 정말 이승엽 선수가 이뻐보이더군요... 하여튼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해서도 이승엽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도 홈런을 몇 개 더 날려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엽 홈런기록 국민들에게 새 희망의 기폭제 됐으면**
통산 714개의 홈런을 기록한 베이브 루스가 '홈런타자'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1920년대 불어닥친 '경제공황'이 큰 몫을 했다.
베이브 루스는 자신의 홈런으로 그 어떤 거물급 인사도 할 수 없었던 '희망'이라는 선물을 미국인들에게 줄 수 있었고 시름에 잠겨있던 미국인들은 베이브 루스의 홈런을 지켜보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 해 월드컵 4강신화와 붉은 악마 열풍이라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줬던 국민적 에너지는 벌써 고갈된 느낌이다. 경기침체를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문제 때문인지 월드컵때 국민들이 외쳤던 환호성은 이미 한숨소리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엽의 55호 홈런과 이에 대한 기아팬들의 의미있는 박수갈채가 프로야구 활성화는 물론 경기침체와 정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작지만 큰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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