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관련, 대북 송금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아 유죄가 인정되나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와 통치행위라는 정치적 판단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피고인들은 일단 실형을 면하게 됐다.
***대북송금특검, 절차적 유죄인정**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는 26일 대북송금 의혹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징역3년, 집행유예4년) 임동원 전 국정원장(징역1년6월, 집행유예3년)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징역1년, 집행유예2년)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징역3년, 집행유예4년)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징역2년6월, 집행유예3년)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 등 당시 현대상선에 불법대출을 주도한 피고인들(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해 상대적으로 중형이 내려졌고, 다만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정보기관의 상명하복 조직특성을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법원, 남북정상회담 역사적 의의와 통치행위 참작**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성을 갖고 있어 그 판단에 대한 합헌성과 적법성을 법원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나 그 행위에 대한 판단까지 자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북송금 과정에서 밝혀진 실정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북송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인식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재판에 임했다"며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인식의 틀을 전환해 통일 가능성을 높이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했으며, 이산가족 만남과 외국인의 투자 증대를 불러오는 등 측량하기 어려운 변화와 희망적 전조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 냉소와 비판이 있다는 사실이 국민적 합의가 모자라다는 반증이다"라며 "남측기업의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측면이 결국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지게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통치행위와 관련 피고인들이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었고 사회의 발전에 노력했다는 점을 고려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판결 후 피고인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최대한 아끼며 "피고인들끼리 입장을 정리한 다음에 항고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앞서 피고인 중 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신고서가 접수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으며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기소됨에 따라 변론재개 결정을 내려 이날 오후 3시 속행공판을 갖기로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