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12일 저녁 ‘인당수 사랑가’ 공연을 관람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전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께서 오전 부산.울산.경남지역 언론과 합동인터뷰 답변을 준비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브리핑>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공연 관람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업무를 태만하게 하여 태풍 대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점은 전혀 없었다”며 “노 대통령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차원에서 관람한 것이지, 관련 상황을 도외시한 채 취미생활로 관람한 것도 아니다”며 비난 여론에 맞섰다.
***“동아일보 칼럼 읽고 연극 관람 계획”**
브리핑은 또 노 대통령이 이날 연극을 관람하게 된 자세한 경위에 대해 “노 대통령이 동아일보 칼럼을 읽고 내용에 공감해 이같은 일정을 잡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브리핑은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MBC ‘느낌표’에 출연, 추천도서로 <칼의 노래>를 소개했다”며 “이와 관련 동아일보 8월 26일자에 ‘대통령의 문화경쟁력’이란 글이 실려, 대통령이 소개한 책이 한달여만에 4만부나 팔려나간 것은 대통령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이 공연장과 영화관, 미술관, 패션쇼 등을 자주 찾았으면 한다는 제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리핑은 “이 글을 읽은 노 대통령은 내용에 공감했고, 참모들에게 그런 일정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해 참모들이 제안한 것이 ‘인당수 사랑가’ 공연관람이었다”며 “여러 예술 장르 중에서도 연극분야의 환경이 특히 열악하다는 점이 이를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 12일에 관람하게 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추석 연휴에 비공개 공식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은 이어 연극 관람을 취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날 경호상 필요 등으로 청와대에서 예약한 좌석은 수십여석이었고 당시 낮은 예매율 등을 고려했을 때 공연을 두세시간 앞두고 취소하면 1백여석에 불과한 공연장이 썰렁해져 행사 주최측서 느낄 실망감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무에 충실하도록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
브리핑은 특히 “부시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수십일씩 텍사스 목장에서 휴가를 보낸 것이나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처럼 폭염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바캉스를 즐긴 것도 현지에서는 생산적인 국정운영이라는 차원에서 찬반 여론이 다 있다”며 “대통령이 맡은 직무에 충실하도록 나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우리사회가 2만 달러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업무 태만’이란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 12일 태풍 상황과 관련, 국가안보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부터 두 차례의 보고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공연을 예정대로 관람할 것인가를 두고 참모들과 상의를 했다”며 “대통령이 저녁시간에 관저에 대기하면서 TV를 보는 것이나, 수시로 보고를 받으면서 상황파악과 지시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에서 청와대 지근거리 행사장에서 이미 예정됐던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나 실제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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